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10대의 치기와 20대의 객기를 거치면서 출퇴근할 직장과 돌보아야할 가족이 생기고 그러고 나면 도대체 시간이 나질 않는 것이다. 손익분기점에 대한 얄팍한 계산 없이 낯선 땅 낯선 문화 속으로 뛰어들어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싸움을 거는 시간은 이제 한낱 꿈에 불과하다.「도전 지구탐험대」는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대리체험을 통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그러나 문제는 출연자와 스태프들에게는 이 모든 상황이 엄연한 실전이라는 데에 있다. 스태프진이야 통상 제 밥벌이들이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출연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에 이런 고역이 없다. 열흘 넘게 스케줄을 묶어두어야 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현지인들에게 까다로운 전통 기예를 전수받거나 혹독한 문화 체험에 온 몸을 내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잘 차려진 웃음이나 화려한 몸짓에 익숙한 그들이 카메라 앞에서 가장 솔직한 인간의 표정으로 울고 웃어야 하는 이 작업이 탐탁할 리 없으련만, 그러나 그들은 누구보다 흥분된 얼굴로 비행기에 오르곤 한다.
하루 이틀 카메라를 의식하던 그들이 카메라의 존재를 잊기 시작하는 순간이 오면 그 때부터 우리는 숨을 죽인다. 시시각각 신뢰와 불신의 늪을 오가면서 자기 자신과 싸워나가는 과정은 참으로 적나라하고, 때문에 매혹적이다. 깊고 찬 우물 속에서 길어 올린 물 한 바가지처럼 우리를 정화시키는 힘은 바로 이 치열함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체험의 난이도가 높고 낮음을 떠나, 과정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 모든 출연자들에게는 용기가 있었다. 자신의 밑바닥과 마주치겠다는 담대한 용기. 그 용기만으로 아마존 원시림에 발을 내딛고 콜카의 깊은 계곡을 건너고 또 만 삼천 피트 상공에서 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뜨거운 사랑과 존경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은희각PD(도전 지구탐험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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