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으로 예상되는 밀레니엄 교통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멀리 떠날 엄두를 못내는 사람들, 가까운 산에라도 올라 첫 해를 맞을 요량이다. 한국등산문화협회의 추천으로 서울에서 당일 혹은 무박2일의 해맞이 산행에 알맞은 산을 소개한다.■북한산(서울 강북구, 성북구, 종로구, 경기 고양시 효자동)
민족의 진산이 백두산이라면 서울의 진산은 단연 북한산이다. 다른 국립공원과 마찬가지로 16일 모든 등산로가 다시 개방돼 평일에도 많은 등반객이 찾고 있다.
20세기 마지막 해의 아침이었던 올 1월1일에는 인수봉과 백운대등 봉우리마다 일출을 구경하려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등산로는 「장사진」 그 자체였다. 이번 밀레니엄 첫 날에는 백운대와 인수봉등 바위 봉우리들이 거대한 인간탑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혹시 사고 대비와 질서유지를 위해 관리사무소 직원은 물론, 경찰 산악구조대가 24시간 비상근무에 돌입한다.
일출을 보기 좋은 곳은 백운대, 동장대, 대동문등. 2-3시간이 걸리는 산행길이어서 늦어도 1일 새벽 4시30분께에 출발해야 한다.
북한산 관리사무소는 산행이 시작되는 우이동, 구기동, 북한산유원지, 정릉유원지 인근의 교통체증이 극심할 것을 예상, 가급적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먼 거리에 주차를 하고 도보로 접근할 것을 권유한다. 승용차를 갖고 갔다가는 길에서 아침을 맞을 수도 있다. 1일 동장대에서는 서울 강북구청이 주최하는 해맞이 행사가 성대하게 열린다.
문의 북한산관리사무소 (02)909-0497
■명지산(경기 가평군 북면)
1,267㎙로 경기도에서 화악산(1,468㎙)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조선 세종 때 학자 이맹균의 부인이「시냇물이 일렁거려 햇볕도 푸르고, 그 속에 교룡이 있는가 의심이 된다」고 표현할 정도로 명지산은 계곡 곳곳에 폭포와 고목들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급경사가 많고 산세가 험해 초행이라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남북으로 능선이 길게 뻗어 등·하산코스가 다양하다. 북면 익근리에서 상판리 귀목고개에 이르는 코스가 대표적이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무난하다.
산행기점의 해발고도가 200㎙전후이므로 최소 1,000㎙는 올라야 하며 산행시간도 초보자의 경우 왕복 7시간 이상 걸린다. 일출을 보려면 일찌감치 어두움을 뚫고 산에 올라야 한다.
험한만큼 조망은 웅장하다. 멀리 운악산이 보이고 남으로 회랑을 이룬 상판리쪽 골짜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겨울철에는 1㎙까지 눈이 쌓일 정도로 적설량이 많아 설화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15일 입산통제가 풀렸고 이미 정상은 눈에 덮혀 있다. 문의 화명쉼터(0356-582-0515)
■운악산(경기 포천군 화현면, 가평군 하면)
「마음 없이 구름과 함께 머물고 달과 함께 기약 없이 서로 따른다」. 주봉인 만경대(해발 936㎙)가 구름을 뚫고 솟아 있는 모습 때문에 운악(雲岳)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시원하게 펼쳐진 화강암 능선과 뽀족한 암봉, 그 끝의 노송이 어우러져 회화미가 뛰어나다. 예로부터 소금강이라고도 불렸다.
산 전체가 위험한 바위산이라 코스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정상에 오르면 멀리는 남한강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포천 들녘이 넓게 펼쳐진다. 하산할 때는 대원사와 철고개 길을 통하는 것이 무난하다. 운주사나 강구교쪽 코스는 겨울에는 빙판길이라 피하는 것이 좋다. 산행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
운악산에는 1,000년이 넘는 고찰 현등사가 있어 운치를 더한다. 신라 법흥왕(514-540년) 때 지어졌으며 3층석탑, 지진탑 등의 유물이 많다. 현등사 뒤에 걸려있는 40㎙의 철사다리와 그 위쪽 암벽 사이의 굵은 로프를 타고 정상에 이를 수 있으며 꼭대기는 바위가 아닌 흙이어서 해맞이에 좋다. 문의 양종석(민박·0356-582-1245)
■유명산(경기 가평군 설악면, 양주군 옥천면)
해발 864㎙로 높지는 않지만 사방으로 산 줄기가 길게 이어진 큰 산이다. 능선이 완만하고 자연휴양림이 잘 조성돼 있어 온 가족이 함께 등반하기에 알맞다. 유명산 계곡은 용문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합쳐져 수량이 풍부하고 협곡과 단애가 발달해 특이한 경관을 이룬다.
등산코스는 계곡과 능선을 연결해 다양하게 정할 수 있다. 산이 높지 않고 급경사가 없지만 계곡코스는 위험한 곳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설악면 가일리에서 곧바로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른 후 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이 가장 빠르지만 겨울에는 위험하다. 호젓한 길로 오르고 싶다면 가일리에서 서너치고개를 넘어 소구니산으로 오르는 방법도 있다. 문의 자연휴양림관리사무소(0356-589-5487)
■국망봉(경기 가평군 북면, 포천군 이동면)
경기 지역에서 가장 눈이 많은 포천과 가평의 경계에 우뚝 선 국망봉(1,168㎙)은 눈부신 설경이 압권이다. 한 폭의 그림같은 절경과 절벽들이 조화를 이루고 정상에 오르면 봉우리 사이로 피어오르는 운해와 일출이 장관이다.
이동면에서 동쪽으로 2㎞정도 들어간 장암저수지 뒤의 생수공장이 산행기점이다. 계곡을 따라 신로령으로 오르는 능선은 낙타등처럼 생겨 산행의 지루함을 달래준다. 금방이라도 덮쳐내릴 듯한 신로령의 아찔한 암벽은 위압감 마저 안겨주지만 안전하다.
헬기장 두 곳을 만나고 가파른 길을 10여분 오르면 정상으로 일출을 맞는 곳이다. 하산은 올라온 길을 20여㎙ 되돌아 내려서면 왼쪽으로 가파른 길이 나타난다.
생수공장 방향으로 뻗은 서부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길이다. 이 코스는 급경사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산길을 안전하게 택한다면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가도록 한다. 총 산행 5시간 소요. 문의 가평군청(0356-582-0088)
■명성산(경기 포천군 영북면, 강원 철원군 갈말읍)
산정호수로 유명한 명성산(923㎙)은 억새풀을 감상하며 산행을 즐길수 있어 산사람들이 많이 찼는다. 신라의 마의태자가 망국의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이 산에 올라 슬피 울어 명성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경기 포천을 지나 운천리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15분 정도 가면 산정호수가 나온다. 산행은 산정호수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자인사와 삼각봉을 거치면 정상. 완만한 경사를 이룬 억새풀지대에 서서 눈덮인 북쪽의 오성산과 동남쪽 박우산을 보면 절로 시심이 떠오른다.
산정호수 주변에는 먹거리나 볼거리가 많다. 상봉터미널-운천간 직·완행버스가 20분간격으로 운행하고 운천에서 산정호수행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문의 관리사무소 (0357-533-4080)
■오봉산(강원 화천군 간동면, 춘천시 북산면)
소양호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운치있는 산이다. 해발 779㎙. 바위봉우리가 오밀조밀하게 늘어서있다. 산자락에 고찰 청평사를 품고있어 답사여행지로도 안성마춤이다.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10분쯤 가면 청평사 선착장. 청평사를 거쳐 능선을 따라 망부석, 홈통바위등을 지나면 정상에 닿는다. 발아래 소양호를 붉게 물들이며 암봉 위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다.
하산은 서쪽으로 뻗어간 능선을 따라가 배후령이나 선동계곡을 따라 해탈문이 있던 곳으로 내려오는 게 좋다. 이 길을 택할 경우 작은 암봉 두 개를 만나는 데 조심해야한다. 왕복 산행이 3시간 30분쯤 걸린다.
청량리에서 춘천가는 열차가 2시간마다 있고 춘천역에서 소양호까지는 40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된다. 배편은 오전 9시10분부터 30분간격으로 운행되고 청평사에서는 오후 4시30분이 마지막 배이다. 문의 춘천시청 산림과 (061-250-2423)
■용화산(강원 화천군 하남면, 춘천시 사북면)
아기자기한 능선과 암벽 등 산이 갖추어야 할 모든것을 갖추고 있는 산(878㎙). 본격적인 암벽등반은 아니지만 등반로로 암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즐거움이 있다. 득남바위, 층계바위, 하늘벽, 만장봉, 주전자바위 등 숱한 기암괴석이 즐거움을 더한다.
춘천에서 화천으로 가는 국도를 달리다 춘천댐 입구에서 오른쪽 도로로 접어들어 15분을 더 가면 고탄리 양통마을이 나온다. 산행기점이다. 전방지역이어서 입산신고를 해야한다.
북쪽의 고탄령을 향한 길로 꺽어들면 잘생긴 산의 모습이 성큼 다가선다.
정상쪽 주능선의 득남바위를 바라보며 계곡길을 따라 오르면 급경사지대가 나타난다. 「용화산 깔딱고개」로 불리는 가파른 난코스다. 땀으로 흠뻑 젖은 등을 식히고 서쪽능선으로 가면 득남바위의 뒷모습과 발아래로 춘천호가 그림처럼 내려다보인다. (0361-250-3423)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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