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년 프로젝트를 구상하느라 마음이 분주하다. 그래서일까. 내게 있어 2000년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해라기 보다는 오래 전부터 살아온 듯 익숙하기만 하다.하지만 이런 익숙함이 기대감의 약화를 초래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새 출발을 앞두고 마음을 가다듬을 여유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실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의 물결이다. 우리 사업부도 현재 디지털TV 기술의 우위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변혁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나같은 중간 간부들에게 디지털 사업은 젊음과 도전, 그리고 무한한 기회의 땅을 연상시킨다. 아날로그시대의 굳어진 서열을 탈피해 누구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큰 기회 만큼이나 내재된 위험요소도 많다. 현재는 디지털TV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라 기술력이 경쟁우위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만, 앞으론 업체간 기술격차가 급속히 축소되고 평준화할 것이다.
회사도 이런 위기감에 바탕해 조직 및 정보기술 인프라를 정비하고, 마케팅 석·박사 인력의 채용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해당 인력의 학문적 배경 못지않게, 얼마나 고객지향적 마인드를 갖추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채용기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1대 1 마케팅이 중시되는 디지털시대에는 섬세하고 감성이 풍부한 여성인력이 고객의 드러난 요구 뿐 아니라 잠재된 요구를 발굴하는데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입사한 남자후배가 회식자리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외국에서 성장한 그는 짧은 한국말로 『마케팅은 여자들이 더 잘할 수 있어요. 우리 회사가 마케팅 잘하려면 여자들이 많아져야 해요』라고 했다.
모두가 마케팅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외치고 있다. 여성인력의 활성화가 해결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기선·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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