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태풍 폭우 등 자연재해는 올해도 세계 곳곳에서 잇달아 발생했다. 마치 『1999년에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했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연재앙은 끝없이 인류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갔다.엄청난 재앙앞에 인류는 국경과 종교, 인종을 초월해 하나가 되는 휴머니즘을 구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자연과 공존하기를 거부해온 인류가 재앙을 스스로 불러들였다는 종말론적 경고는 다음 세기의 우선적 교훈이 되고 있다.
올 한해 지진으로만 2만5,000명 이상이 숨졌다. 96년 419명, 97년 3,065명, 98년 8,928명이 숨졌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피해다. 1월 콜롬비아 서부지역을 강타, 1,1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지진은 8월과 9월에 터키와 대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8월17일 터키 이스탄불 동쪽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은 3만3,000채의 건물을 파괴하면서 2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또한 도심의 통신체계와 전기 시스템등 대부분의 산업기반시설을 파괴, 130억달러의 재산피해를 냈다. 터키의 악몽이 채 가시기 전인 9월21일 대만에서는 리히터 규모 7.4의 강진이 중부지역에 발생, 2,000여명이 숨지고 3만채의 건물이 붕괴됐다.
지반의 움직임은 인류가 현재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심과 사악함이 인적 물적 피해를 배증시켰다. 터키의 경우 국민 대다수가 지진 다발지역에 거주하는데도 건물의 50%이상이 시멘트와 철근을 제대로 사용하지않은 부실 건축물이었다. 대만 역시 붕괴된 건물 내부가 벽돌대신 빈 플라스틱병, 스티로폼, 신문지뭉치 등으로 채워져있었다.
자연재앙은 땅에서 그치지않았다. 11월 시속 260㎞의 강풍과 비바람으로 인도를 엄습한 슈퍼 사이클론으로 1만5,000여명이 사망했다. 10월 멕시코를 할퀸뒤 최근 베네수엘라 전역을 뒤덮은 시속 285㎞의 최상급 열대성 폭풍인 허리케인 미치는 22일 현재 3만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다.
11월과 이달 들어 베트남서 발생한 발생한 홍수로 수백명이 숨지고 유럽에 불어닥친 강추위로 수십명이 동사한 것은 자연재앙의 애교에 불과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이같은 재앙에 인간이 한몫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현상, 열대림 남벌 등을 기상이변의 주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열대림이 파괴돼 식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면 그만큼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한다. 지구 온도의 상승으로 기후대가 변하면 더운 공기가 모인 지역에는 폭우와 가뭄 등 기상재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매년 우리나라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열대림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20년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0.3도 높아졌으며 2080년에는 지금보다 최대 3.9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 역시 지난 20년동안 아마존 밀림보다 더 심하게 연평균 50만ha의 산림이 황폐화됐다.
무분별한 자연파괴 뿐아니라 급격한 도시화와 도시빈민의 증가 역시 대규모 재앙의 협력자였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특히 피해가 심했던 것은 허리케인 자체의 위력때문만 아니다. 최근 실업률 상승으로 도시 빈민층이 증가, 도시의 산비탈은 물론 산꼭대기까지 슬럼가를 형성, 폭우에 무방비상태였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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