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체제는 한국의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었고, 직업을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우리의 삶은 피폐해졌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거리를 헤매었다. 최근 각종 지표가 개선되면서 우리 경제가 곧 좋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일터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노동경제학회는 17일 숭실대 사회봉사관에서 제1회 한국노동패널학술대회를 열고 노동시장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한 뒤 우리 노동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장지연(張芝延)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한 준(韓 準)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노동의 문제를 진단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이 전 근로생애를 통해 일관되게 지속되기때문에 한번 비정규직 노동에 들어선 사람이 정규직 노동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이 늘어나는 이유를 『개인이 평생 직장을 보장받는 것보다 무한 경쟁의 상황에 놓일 때 능력을 더 잘 발휘할 것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갈수록 확산되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고용상태는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이들의 분석.
이들은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비정규직 고용형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안계춘(安啓春)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의 고등교육수준이 유럽 등과 맞먹을 정도로 높은데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아시아국가중 낮은 편에 속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가부장적 체제이고 학력도 성에 따라 동일하게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성적인 차별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즉 정보망이 많은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개인적인 정보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안교수는 『직무 능력으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할 때 개인들이 보다 열심히 일하게 된다』며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이 사라질 때 IMF 경제 위기를 이기는 지혜도 발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주엽(安周燁)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실직자라도 성별 등 각종 변수에 따라 실직 기간과 재취업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실증분석을 통해 밝혔다. 안위원에 따르면 실직자의 57%는 미취업상태를 탈출하지 못하고있으며 이중 여성의 비율이 남성을 크게 웃돌아 실직 여성이 비경제활동인구화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실직자라도 비정규직은 미취업상태를 유지할 확률이 74%로 정규직의 53%보다 훨씬 높았고 같은 실직자라도 가구주는 재취업확률이 높은 반면 가구주의 배우자는 낮았다.
방하남(房河男)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생활영역에서는 남성이, 일의 영역에서는 여성이 만족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방실장은 이에대해 『가족 문화가 아직 가부장적이기 때문에 여성 취업자는 일과 가사가 빚는 갈등이 생활에 대한 불만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일의 세계에서는 가사에서 느끼지 못하는 자아실현이나 성취감 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보상수준이나 근무조건이 나빠도 상대적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체적으로는 임금을 많이 받거나 집안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으면 생활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삶의 질의 수준에 있어 임금 의존성이 매우 강한 우리 현실을 간접 반영하는 것이라고 방실장은 분석했다.
신광영(申光榮)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와 이성균 울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IMF 체제하에서 계급별 실직 정도를 분석했다. 이들은 중간계급이 예전과 같은 계급 지위를 유지하는 비율이 57.7%에 불과, 그 어느 계급보다도 동요가 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계급에 비해 재취업 확률도 높은 편이었다.
반면 노동계급은 79.2%가 예전과 같은 계급 지위를 유지, 중간계급보다는 안정적이었으나 일단 일자리를 잃으면 재취업하는 비율이 낮아 장기 실업자로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취업기회가 육체 노동보다는 지식을 요구하는 부문에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재취업을 하는 경우 대부분 계급적 지위의 하강 이동을 경험했다. 자본가 쁘띠부르주아지 중간계급 모두이전의 계급으로 복귀하기보다는 노동자가 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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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 _ 지구온난화 현황과 과제 / 26일 오후1시30분 세종문화회관 / 시민환경연구소 (02)735-7034
■미디어 포럼 21 / 23일 오후2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 / 여성민우회 (02)734-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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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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