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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쌍방향 교류' 물꼬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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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쌍방향 교류' 물꼬텄다

입력
1999.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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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이뤄진 통일농구대회 북한대표단의 서울방문은 남북교류사에서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 같다.우선 이 행사는 양측 당국의 정치적 의도가 아닌 남북경협의 활성화가 낳은 자연스런 부산물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현대와 북한간 금강산 관광사업등이 원활히 진행되면서 북한 체육인 방한이라는 성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물적 형태의 경제교류가 인적교류인 체육교류를 낳으면서, 남북 교류의 폭을 넓혔다고 볼수 있다.

남측 민간사업자가 단독으로 성사시킨 대규모 인적교류 라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종전까지 북한주민의 서울방문은 양측 당국이 주관해 왔다. 현대뿐 아니라 남한의 대북경협 업체들이 북측 파트너, 기술자 등을 초청할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아울러 이번 행사는 방북 일변도의 남북교류가 쌍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89년부터 10년간 방북했던 남한주민(금강산관광객 15만3,823명)은 모두 1만916명이나 남한을 방문한 북한 주민은 고작 575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93년 11월 서울에서 열렸던 두만강개발계획회의에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 황정남과장등 3명이 참석한 이후는 전무하다. 정부당국자들은 『남북 인적교류에 긍정적인 북한의 자세를 읽을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측의 농구단 파견 의도를 복잡한 남북관계와 연관지어 바라보고 있다. 9월 북·미 베를린 회담을 통해 미사일 발사유예를 선언하면서 대미관계 개선에 나선 북한 김정일(金正日)총비서가 10월 1일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면담시 농구단 파견을 약속한 정황을 주목하는 것이다. 이들은 『북한은 당분간 대미관계개선에 주력하면서 남북관계의 긴장도를 조절하려 하고 있는것 같다』며 『북한은 남한과의 적절한 교류협력을 해 나가면서 대미·대일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배경에서인지 북측은 이번 방문에서 정치적 의미를 극력 배제하려하고 있다. 북측대표단 단장인 송호경(宋浩景)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우리 당국자들과의 접촉에 소극적인 입장을 전달해왔다. 가급적 이번 기회에 남북관계개선을 바라는 의지를 전달하려던 남측당국도 북측을 자극하지 않는 다는 방침이다.

결국 이번 행사는 정치성이 배제된 순수 민간 체육교류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지만 향후 남북 체육교류, 경제협력, 남한주민의 대북인식 등에 미칠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고 봐야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北, 스포츠를 강성대국 견인차로

북한 농구대표단의 서울방문은 최근 국제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북한 체육계의 위상과 맞물려 있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북한 체육계가 국가적 목표인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필요한 주민 사기 앙양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견해다.

올해 국제무대에서 북한 체육인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8월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에서 정성옥이 우승을 차지했다. 또 여자 유도의 계순희가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이성희는 세계여자역도선수권대회 58㎏급 용상부문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여자마라톤 우승을 계기로 북한은 「정성옥 따라배우기」운동을 전개, 북한 전역을 열풍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북한은 올 한햇동안 20여차례 국제대회에서 70개 이상의 메달을 획득, 세계체육무대 복귀 신호탄이었던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참가이후 최대성과를 거두었다. 또 평양국제탁구대회 등 3개 국제대회를 평양에서 개최했고, 기존의 체육행정기구인 「체육성」을 「내각체육지도위원회」로 확대했다.

국제무대에서의 이미지 제고와 주민 사기앙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북한 체육계는 91년 유도선수 이창수의 망명으로 중단했던 남북체육교류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8월 평양에서 민주노총 축구팀과의 경기를 진행했고 9월에는 현대남녀 농구팀을 초청, 북한주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북한이 이번 대회에 최고기량의 이명훈을 파견한 점만을 보더라도 주민들에게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남북 체육교류사

분단이후 남북의 첫 스포츠교류는 63년 1월24일 시작됐다. 1년전 제59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도쿄(東京)올림픽 남북단일팀 권고안이 통과되자 IOC의 중재로 스위스 로잔에서 역사적인 첫 남북회담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견해차로 아무 결론도 얻지 못했고 79년 2월 평양세계탁구선수권 단일팀 파견문제를 논의할 때까지 공식적인 접촉은 없었다.

84년 10월 사마란치IOC위원장의 중재로 85년부터 87년까지 로잔에서 4차례 열린 체육회담을 통해 서울올림픽의 북한지역 분산개최가 논의됐으나 북한의 올림픽보이콧으로 싱겁게 끝났다. 하지만 89년말부터 90년초까지 9차에 걸친 남북체육회담으로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남북한공동응원단이 구성됐고 이를 계기로 급속한 진전이 이루어졌다. 아시안게임 직후인 10월11일과 23일 평양 5·1경기장과 잠실종합경기장서 2차례 통일축구가 열려 분단 이후 한반도엔 감동과 흥분이 넘쳤다. 이어 91년 2월 남북체육회담은 지바세계탁구선수권과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선수권에 단일팀 「코리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이 힘을 합해 세계탁구선수권 우승을 일궈낸데 이어 그해 6월 서울과 평양에서 축구청소년대표 평가전이 열렸고 세계선수권서 8강에 올랐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다시 급속히 냉각되면서 스포츠교류도 단번에 끊겼다.

그러다 지난 9월 평양의 통일농구대회를 계기로 남북의 스포츠교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정몽준회장의 방북에 이어 내년 국제축구연맹(FIFA) 블래터회장의 방북이 예정되어 있는 등 남북 체육교류는 어느 분야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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