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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리는 90년대] 세계화와 미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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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리는 90년대] 세계화와 미국화

입력
1999.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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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세계는 성조기 밑에서 자유로울 것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의 발행인이자 부동산 재벌인 모티머 주커먼은 올초 「포린 어페어스」에 발표한 「미국의 두번째 세기」라는 글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세계화」(Globalization)는 바로 「미국화」(Americanization)라는 얘기다.90년대 이후를 되돌아볼때 그의 단언은 맞아가는 것같다. 로마, 몽고, 대영제국이 이루지못했던 거대한 「세계제국」을 이제 미국이 공고히 하고 있고 어느 나라도 미국의 권위에 도전하지못하고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안착(安着)을 기대하면서 다음 세기를 맞고 있는지 모른다.

미국의 파워는 달러로 표출된다. 「달러 헤게모니」, 즉 발권력(發券力)을 통한 세계경제 지배력은 최근 몇년간 미국 경제의 활황으로 더욱 확고해졌다.

탈냉전으로 냉전비용의 부담을 던 미국은 신경제, 하이테크로 무장한채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의 기업은 미국 시장에 진출해야 국제적 활로를 찾고 중앙은행은 금고의 70%를 달러표시 자산으로 채워놔야 안심한다.

강한 달러는 경제의 국경선을 여지없이 무너뜨려 미국적 거래방법을 국제화시킨다. 미국식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수용한 국가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또 미국의 군사력은 거의 독보적 수준이다. 핵우위와 군사력의 전진배치로 대변되는 세계 관리능력으로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위기에 개입한다. 유럽과 일본은 냉전후 미국이 재편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일 동맹의 그늘 밑에 숨어버렸다. 동맹을 통한 세계경영, 즉 「동맹의 정치」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이후 금기돼왔으나 이제는 21세기 전략의 교과서가 됐다.

달러와 항공모함만이 아니다. 이보다 더 강력한 미국의 힘은 세계적으로 제도화한 미국식 민주주의와 미국식 문화다. 미국식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나라는 도태되고 있다.

총칼을 앞세워 강요하지않는데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맥도널드 햄버거에 코카콜라를 마시며 할리우드 영화를 본다. 미국이 만들어낸 인터넷의 「공용어」가 자연히 미국식 영어가 됨으로 인해 이제 「영어」는 「미국어」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이로써 인터넷은 다음 세기에도 미국을 유일 강국으로 지탱해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미국주의」(Americanism)는 정말 다음 세기에도 유효한 패러다임인가. 반론도 만만찮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은 지난해 펴낸 「신세기를 위한 구조개혁」이라는 저서에서 『보편성이란 이름 아래 강요되는 미국주의는 문화적 다양성을 무시한 독선』이라며 미국식 세계화를 「유일신적 아메리카니즘」으로 규정했다.

또 패권국 미국은 세계질서의 공익 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유혹에 종종 빠진다. 코소보 전쟁때는 인권을 명분으로 주권국을 공격했으나 다른 지역의 분쟁에서는 「세계경찰국」의 위치를 스스로 포기했다.

미국은 또 자신이 주도한 포괄적 핵실험금지협약(CTBT)을 스스로 거부했다. 미국이 약속하고 있는 「공동의 번영」은 「미국의 번영」에 불과한 것인지 의심해볼 여지는 충분히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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