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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뇌부 회의 표정

입력
1999.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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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朴柱宣)전법무비서관의 사법처리 여부 등을 결정하기 위한 대검 긴급간부회의는 당초 1시간 정도면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장장 4시간30분동안 격론이 계속됐다. 사법처리를 해야한다는 강경론과, 수사를 더욱 철저히 해서 사법처리를 검토하자는 신중론이 첨예하게 맞서 설명과 반박, 재설득이 난상토론으로 이어졌다.이날 오후3시 대검청사 8층 소회의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을 비롯, 검찰 간부들이 속속 자리에 앉았다. 검사장급인 대검 부장들과 서울 고·지검장 등이 모두 착석하자 대통령보고서 유출사건 수사 주임검사인 박만(朴滿)감찰1과장이 수사결과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사팀은 먼저 사건의 윤곽을 밝힌 뒤 법률검토 결과 박전비서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분명하지 않은 부분들은 꼬치꼬치 캐물으며 수사팀에 석명(釋明)을 요구했고, 같은 사실관계라도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부분들도 예리하게 지적됐다. 이 때문에 박과장은 회의실과 조사실을 오가면서 수사기록들을 뭉텅이로 들고 가서 다시 설명하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잠깐 잠깐 회의실을 나온 간부들의 얼굴은 수심과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박전비서관의 사법처리에 어느정도 윤곽이 잡힌 것은 오후7시. 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이 회의실을 나와 자신의 집무실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건 뒤 다시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신광옥(辛光玉)중수부장이 화장실을 갖다오며 『보고를 끝내고 돌아가며 의견을 들었다』며 『마치 교황을 선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디어 오후 7시15분 차동민(車東旻)대검 공보관이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가 끝났다는 얘기였다. 오후7시30분 회의실을 나오는 간부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있었으며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굳게 함구한 채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차공보관은 5분 뒤 회의실을 나와 『박전비서관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회의결과를 발표했다. 4시간30분동안의 진통 끝에 박전비서관에 대한 영장청구가 공표된 순간이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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