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총리는 15일간의 남미방문을 마치고 21일 귀국하면서 2여 합당 불가를 분명히 못박았다. 그는 이날 오후 김포공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당은 합당 보다는 제대로 된 정당으로서 걸어갈 것』이라며 「자민련 독자 노선」을 재확인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만나서도 합당 반대의 뜻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김총리는 김대통령이 간곡히 합당을 요청하더라도 『응해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파격적인 양보 카드를 제시할 경우 김총리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정가 일각의 전망도 무의미해졌다. 때문에 합당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이제 합당은 완전히 물건너갔다』고 했다. 김대통령과 김총리는 22일 회동에서 합당을 하지 않더라도 연합공천 등 다른 방식으로 공조를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공항에는 박태준(朴泰俊)총재 등 자민련 의원 30여명과 청와대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 등이 마중나왔다.
다음은 김총리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요지.
_김대통령에게 언제 귀국보고를 하나.
『내일 올라갈 것이다』
_합당문제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혀달라.
『여러분들 건망증 걸렸나. 오래 전부터 우리당은 우리당의 갈 길이 있으니 그 길을 충실히 가면 된다고 말해왔다. 언론이 앞질러 이런저런 해석을 하는 바람에 국민뿐 아니라 당사자인 당원들도 적잖이 혼동을 일으켰다. 우리당은 합당보다는 제대로 된 정당으로서 걸어가고, 국민회의와는 공동으로 「국민의 정부」를 세웠으니 끝까지 같이 갈 것이다. 그게 순리이고 정상이다』
_김대통령을 만나 합당 반대의사를 밝힐 생각인가.
『말씀드려야지.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있나. 그래도 양당간의 관계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_김대통령이 간곡히 합당을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시는대로 응해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내일을 생각하면 두서너개 정당이 내각제를 택해 필요할 때 연립·공조하면서 원(原)민주주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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