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의혹사건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20일 특검팀의 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 사라진 밍크코트 4벌의 행방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가 로비사건의 핵심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21일 특검팀이 발표한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의혹사건」보고서에 따르면 최순영 신동아그룹 전회장 부인 이형자씨가 98년 10월20일께 라스포사를 방문, 정씨에게 영부인에게 말해 최 전회장을 구명해달라며 부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씨는 정씨가 영부인과 친분이 두텁다는 소문을 듣고 9년만에 라스포사를 찾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이후 11월5일까지 동생 이형기씨와 함께 라스포사에 가 정씨의 권유로 3,500만원과 2,500만원짜리 밍크코트를 구입하는 등 정씨의 환심을 사려고 했었다.
정씨는 10월24일 이화여고 유관순 기년관에서 개최된 「사랑의 바자회」에서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씨와 강인덕 당시 통일원장관 부인 배정숙씨를 처음 만났고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이형자씨를 소개했다.
정씨는 이씨에게 9월말께 밍크코트 판매상 박혜순씨로부터 6벌의 코트를 구입했는데 이중 2벌을 무려 5배의 가격으로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정씨는 이씨와 연씨를 연결시켜 로비할 경우 남은 밍크코트를 처분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듯 하다. 연씨와 친분이 있는 배씨도 정씨의 상술을 눈치챘고 연씨에게 이씨의 로비 부탁을 은연중 하면서 자신도 덤(?)으로 코트를 얻으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씨도 「공짜」로 밍크코트를 얻으려는 속셈에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 것으로 특검팀은 판단했다.
그러나 연씨가 최전회장이 구속된다는 사실을 12월18일 박시언 전 신동아그룹 부회장 부인 서모씨에게 말해 정씨와 배씨가 노렸던 로비는 무산됐다. 이씨는 연씨가 12월19일 라스포사에서 호피무늬반코트를 가져가자 정씨의 대납요구를 거부했으며 배씨의 부탁도 거절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정씨가 99년 11월 판매상 박씨에게 「혹시 특검에서 부르면 밍크코트 2벌을 3,600만원에 팔았다고 진술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팀이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3번이나 청구했던 것도 정씨의 교묘한 상술을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특검팀은 정씨의 교묘한 상술과 배씨의 거간꾼으로서의 역할, 연씨의 거듭된 거짓말과 위증 및 대통령보고서의 유출 등으로 옷로비사건이 증폭됐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이번 사건의 종착역은 특검팀이 실체로 보았던 정씨의 역할을 검찰이 규명하고 남은 코트의 행방을 찾아내는 것이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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