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마감하는 몸짓들이었다. 새롭고 다양한 시도, 풍성한 뒷얘기 등 99년의 연극계는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곧 새 천년의 기대였다.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연극은 먼저 뒤를 돌아보았다. 더우기 그 몸짓은 젊은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나와, 초봄부터 무대는 그들의 역사읽기 열기로 뜨거웠다. 3월 극단 작예모의 「찬탈」 등은 고대사 새로 읽기붐을 만들어 갔다.
이에 질세라 극단 우림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등은 70, 80년대 이후 한국의 급박한 현대사를 재치있게 무대화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4월 극단 여행자의 「셰익스피어 상설 무대」 등은 젊은 연극인 특유의 해체정신을 고전으로 확장시킨 결과였다.
페미니즘 역시 연극의 관심이었다. 극단 춘추의 「She's」 등 6월은 여성의 정체성을 외치는 연극들이 함께 발진했다. 이같은 흐름은 중견 극단 자유의 「페드라」로, 페미니즘의 원초적 울부짖음을 탐색할 기회로 이어졌다.
지금 무대를 달구고 있는 뮤지컬 열풍이 뚜렷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이 7월. 에이콤의 「페임」, 서울예술단의 「뜬쇠」 등은 한국과 서양을 넘나드는 음악들로서 후반기 뮤지컬붐을 예고했다. 그 정점은 환 퍼포먼스의 「난타」.
뮤지컬 열기의 한 켠에는 악극붐이 있었다. 신시뮤지컬컴퍼니의 「가거라 삼팔선」 등은 뽕짝과 낯익은 배우 등으로, 중년 관객의 발길을 묶었다.
몇 작품은 해외에서의 호평도 얻었다. 95년 선보인 에이콤의 뮤지컬 「명성황후」. 미국의 종합연예상인 LA 오베이션즈에서 여우주연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실제 수상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지만, 후보 지명만으로도 아시아권 작품으로는 최초의 일. 또 환퍼포먼스의 「난타」는 국내 최초로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초청돼 매진 사례를 빚고는 귀국, 때마침 벌어진 제1회 과천종합예술제의 총아로 떠올랐다.
제작사 PMC 프로모션은 13일 LG전자와 2억원의 후원 계약까지 체결, 기업_문화의 연계 성과까지 거두고 있다.
거장들 역시 안으로 밖으로 분주했다. 극단 목화는 5월 전용 극장 아룽구지를 개관, 10월까지 「오태석 연극제」를 밀고 나갔다. 단순히 과거를 되씹는 무대가 아니라 오씨 특유의 재기에 힘입은 재해석의 무대로, 젊은 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다.
한편 극단 산울림은 창단 이후 30년 동안 다듬어 온 「고도를 기다리며」로 서구 각지에서 초빙받다 11월에는 일본에까지 첫 초청돼 아사히 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연극」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또 6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세계무대미술의 올림픽 프라하 콰드리날레(PQ)에서는 이병복씨가 테마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이 학교관에서 동시 수상하는 경사를 맞았다.
환경부장관에 임명됐다가 모스크바 공연에서 기업들로부터 격려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해임돼 다시 무대로 돌아온 손숙씨 사건은 올 연극계 최대 파문이었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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