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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정치수배' 삼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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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정치수배' 삼부자

입력
1999.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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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족이 모여 본 지 어언 7년이 지났습니다』김평임(金平任·54·여)씨는 21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500일간 정치수배 해제요구 농성을 마치고 서울지검에 자진 출두하는 아들 오창규(吳昌圭·33)씨의 등을 바라보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떨궜다.

김씨 가족의 생이별은 93년 전남대 총학생회장이던 아들이 남총련 의장을 맡은 뒤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지명수배되면서부터. 더욱이 같은 대학 공대학생회장으로 활동하던 쌍둥이 형 정규(定圭)씨와 광주 전남연합 공동의장이던 아버지 종렬(宗烈·61·현 전국연합의장)씨 마저 남총련 배후조종혐의로 수배되면서 말그대로 가족은 풍비박산 났다.

『삼부자(三父子)가 한꺼번에 수배가 떨어지니 눈 앞이 캄캄하더군요. 하지만 바른 세상 만들어 보겠다는 남편과 아들의 순수함을 믿었기에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종렬씨와 정규씨는 각각 94, 96년에 체포돼 수감됐고 김씨는 평일엔 아들을, 주말이면 남편을 면회하며 뒷바라지를 하는 가운데서도 마지막 남은 창규씨 걱정에 가슴 졸여야 했다.

6년간 「문민정부」의 수배망을 피해다니던 창규씨는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자 지난해 9월부터 9명의 정치 수배자들과 함께 조계사에서 국보법 철폐와 정치수배자 해제를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김영삼정부에서 한총련 활동 등과 관련해 도피생활을 해 온 수배자는 42명. 최근 정부는 이들에게 『불구속수사를 보장하고 구속이 불가피한 경우 집행유예로 석방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따라 수배자 대부분 21일과 27일 수사기관에 자진출두할 계획이다.

창규씨는 『국민의 정부에서도 160여명이 정치수배자가 됐다. 새천년은 열사도, 양심수도, 정치수배자도 없는 세상이 돼야할 것』이라며 검찰청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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