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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클리닉] (5) 알코올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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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클리닉] (5) 알코올 중독

입력
1999.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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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술에 너무 관대하다. 술 탓만 해도 웬만한 실수는 눈감아 준다. 이 때문에 알코올중독에 대한 개념조차 서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자신을 환자로 여겨 치료를 받는 알코올중독자는 5%도 안된다고 지적한다.알코올중독의 가장 중요한 진단기준은 술에 대한 자기 조절 능력이 있는지, 술에 대해 무기력하지는 않은지 여부. 술을 마신 기간이나 음주량과는 관계가 없다. 대인관계, 작업수행능력 등도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그러면 알코올중독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술기운이 떨어지면 식은 땀이 나고 맥박이 빨라지는 등 금단증상과 함께 술에 대한 자기조절능력을 상실한 경우이다. 이 보다는 가볍지만 신체적, 심리사회적 문제가 생기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술을 마시는 경우엔 알코올남용으로 정의한다.

우리나라 성인의 알코올남용 유병률은 12.06%, 알코올중독은 9.92%로 외국보다 높다. 알코올중독 환자는 스스로 술을 끊기가 불가능하므로 전문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알코올중독 환자의 치료 및 재활시설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사회에서 소외돼 있는 게 우리 실정이다.

알코올중독 치료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인 곳은 광주세브란스정신병원. 정신과의사, 내과의사, 사회사업가 등 7명이 팀을 이뤄 짜임새있는 진료를 하고 있다.

89년부터 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해온 남궁기교수는 『금단증상을 보이는 중증의 알코올중독 환자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며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술로 인해 자신의 건강을 해치고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는 나머지 90%의 환자가 치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증의 환자는 술을 끊을 경우 심각한 금단증상이 생길 수 있어 입원치료가 바람직하다. 개인면담, 교육, 약물치료, 집단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을 통해 환자 스스로 금단증상을 극복할 수 있는 인내력을 키우도록 유도한다.

심리극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치료는 재발방지를 위해 퇴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환자는 6개월~1년 정도 외래에서 약물과 재활치료를 통해 치유가 가능하다. 최근 「술 끊는 약」이 도입돼 치료가 한결 쉬워졌다.

남교수는 『알코올중독 치료제로는 처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받은 「날트렉손」과 프랑스에서 개발된 「아캄프로세이트」라는 약이 올해 국내에 도입됐다』며 『이 약들은 뇌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해 음주욕구를 줄여줌으로써 알코올중독의 재발방지에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 의사, 제약회사 영업직원 등 술을 많이 마시는 직업인들이 간단한 외래치료로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산신경정신병원은 알코올중독 환자들만 모아 전향적인 치료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산신경정신병원 전문의 기선완씨는 『중증 환자는 우선 술과 격리시킨 뒤 해독치료를 해야 한다』며 『특히 폭력을 휘둘러 가족간의 갈등이 심해진 경우엔 알코올중독 환자들만 입원하는 단독 병동에서 체계적인 재활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원급에선 경희대 출신인 김경빈박사가 유일하게 입원실(25병상)을 갖춘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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