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자 26면에는 무궁화와 태극기등 국가상징물 선양운동에 공이 많은 이들이 행정자치부의 포상을 받았다는 짧은 기사가 실렸다. 택시운전사 손복환(孫福煥·54)씨는 24년동안 태극기가 잘못 게양된 건물을 바로잡아 84년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이 탄생하도록 한 공로를 뒤늦게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손씨는 최근 들어서는 교통불편을 바로잡는 일에 나서고 있다. 10월 21일자 한국일보 보도로 자신이 해온 일을 처음 세상에 알린 손씨는 『표창도 좋지만 세상이 달라지면 더욱 좋겠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공무원들은 문제점을 지적해주기 전에는 잘 모른다. 시민에게 불편한 것은 시민이 더 잘아니까 바로 잡는데도 시민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 손씨의 지론이다.손씨뿐 아니다. 불편한 제도와 불합리한 관행들을 그냥 넘기지 않으려는 수많은 시민들의 독자투고가 매일 신문사로 쏟아진다. 이같은 독자투고는 시민의 항의표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시민의식이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다.
한편으로는 매일 쏟아지는 옷로비 사건을 보면서 수십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는, 상류층의 도덕성 부재에 도무지 살맛이 나지 않는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다. 이 소리는 불합리한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체념과 허무의 소리이기도 하다.
그렇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3,500만원짜리 코트를 주고 받는 세상에서 건강한 비판의식만을 가진 시민은 너무 약해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뇌물을 주고 받은 자들은 결국 스스로를 자멸시켰지만 시민의 힘은 지금도 조금씩 세상을 바꾸고 있다. 손씨가 그 증거이다.
이왕구 여론독자부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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