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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첫날 종묘는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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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첫날 종묘는 예술이 된다

입력
1999.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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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강성원씨가 『더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수 없을 만큼 질척거렸던 한 해』라고 독설을 뱉을 만큼 99년 미술계에 수준높은 기획전은 보이지 않았다. IMF로 불황의 늪에 빠진 많은 화랑들은 문을 닫거나 휴업하거나 상설전시만 했다.60-70년대 작가 작품으로 전시 회수만 올리는 화랑도 많았고, 개인전은 한차례도 갖지 못하면서 여기저기 기획전을 찾아다니는 「전시 부나비」(강성원씨 표현)도 많았다. 8월 고서화 위조 사건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화랑가를 더욱 곤혹스럽게 했으며, 미술애호가들의 미술품 감정에 대한 불신만 깊게 했다.

하지만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설치미술가 이불씨의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 수상은 전수천, 강익중에 이어 3회 연속 수상이라는 한국미술의 쾌거를 이룩했다』면서 『몇몇 작가들의 새로운 그림그리기 시도도 눈여겨 볼 만했다』고 평가했다. 99년 미술계의 다양한 화제들을 돌아본다.

첫째, 관람객 최다 동원 기록. 갤러리 현대의 「이중섭전」(1월)과 「한국미술 50년전」(11-12월)은 각각 9만명과 4만명, 또 호암갤러리의 「박수근전」(7-10월)은 11만 4,000명, 로댕갤러리의 「로댕전」(5-9월)은 18만 1,142명을 각각 동원했다.

둘째, 전시 회수는 많고 질은 낮은 「풍요 속의 빈곤」이었지만 전시 화제는 풍부했다. 「여성미술제_ 팥쥐들의 행진」은 70명의 여성작가가 참여한 사상 최대 규모의 여성미술제였다. 김홍희씨 등 5명의 여성 큐레이터들은 난무하던 페미니즘에 대한 담론을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계원예술조형대 이영철 교수가 경기도 이천에서 7개대학 연합으로 펼친 「2000공장미술제」는 막강한 큐레이터의 힘과 새로운 전시개념을 선보인 전시회였다. 일민미술관의 「몽유금강전」에서 소정 변관식의 「외금강 옥류천」이 제자 조순자씨의 국전 입선작임이 드러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서울과 경주에서 잇달아 개최한 아트 선재의 「일본현대미술전」(7~9월)은 일본 현대미술을 우리에게 처음 피부로 와닿게 소개한 좋은 기획전이었다. 성곡미술관의 「매체와 평면전」, 국립현대미술관의 「근대를 보는 눈-조소전」, 서울시립미술관의 「사진은 우리를 본다」 등도 신선했던 기획. 「사루비아다방」 「인더루프」 「대안공간 풀」 등 젊은 작가를 후원하는 전시공간도 생겼다.

셋째, 새로운 형식의 그림그리기 시도가 눈에 띄었다. 김용택, 김홍주, 강경구, 문범, 정종미, 이인현, 주명덕, 서정국, 이봉렬, 박영선씨 등은 올해 주목받았던 작가. 주명덕씨는 서로 다른 폴라로이드 연속사진을 통해 「재현의 불가능」을 강조했으며 김홍주씨는 설치작업이 최근 미술계의 화두라 할지라도 손으로 그리는 그림 역시 영원히 소멸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케 해주었다. 예화랑의 이인현, 장승택씨는 경제적 불황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감정을 극도로 절제한 단색조의 미니멀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넷째, 새로운 감각들의 충돌도 활발했다. 배영환의 「면도날을 이용한 문신 작업」, 이진경의 「싸구려 간판」 등 고급문화와 하위문화를 혼성한 퓨전미술도 선보였고, 「이발소 그림전」 등 키치미술이 기품있는 화랑에 진출하기도 했다.

다섯째, 그림 유통과 관람 방식의 변화. 가나아트는 「사이버갤러리」를 통해 「국제 디지털 아트 페스티발」을 개최했으며 추계예술대는 개교 25주년 기념으로 사이버 갤러리 전시회를 가졌다. 화랑을 통한 그림 판매방식에서 벗어나 케이블 TV, 서울옥션과 화랑협회의 경매 등을 통한 그림 유통도 활발했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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