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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최고의 명승부 '제1회 잉씨배 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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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최고의 명승부 '제1회 잉씨배 결승'

입력
1999.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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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19로(路)의 반상에는 물리적 공간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목숨을 걸고 둔다』는 조치훈9단의 말마따나 수많은 승부사들의 투혼과 애환, 인생이 담겨 있다.바둑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꿔놓은 대사건들도 모두 361개의 점 위에서 이뤄졌다. 20세기를 빛낸 최고의 반상대결은 무엇일까.

한국기원과 월간 「바둑」이 프로기사·바둑평론가·바둑기자 등 전문가 50인의 투표를 통해 선정한 「20세기 명승부 10선」을 소개한다.

■제1회 잉씨(應氏)배 결승전

89년 막을 올린 잉씨배는 대만의 거부 고 잉창치(應昌期)씨가 『바둑에도 올림픽을 만들겠다』며 창설한 최초의 본격 국제기전.

당시만해도 한국바둑은 일본이나 중국, 심지어 대만한테도 푸대접을 받던 때였다. 총 16명이 출전하는 국가별 엔트리에서 한국에 배당된 티켓은 단 한 장뿐(일본 중국은 각각 5장과 4장). 바둑 불모지인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결승엔 예상을 깨고 한국대표 조훈현9단이 올랐다. 상대는 세계 1인자 녜웨이핑(攝衛平)9단.

주최측의 편파적인 대회운영에도 불구, 조9단은 3대2의 극적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한국바둑은 이를 계기로 비로소 국제무대에서 정당한 예우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92년 제3기 동양증권배 결승 제5국

국제기전 결승에 처음 오른 17살짜리 「신동」이창호와 대만 출신의 「백전노장」 린하이펑(林海峰)9단. 종합전적 2대 2 상황에서 속개된 최종대국. 중반까지는 백을 쥔 이창호의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승부는 막판 끝내기에서 갈라졌다. 백의 기적같은 1집반승. 「정복자」이창호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제1회 중·일 슈퍼대항전

85년은 세계바둑 선진국이자 최강국임을 자처하던 일본이 국제무대에서 처음 침몰하던 해. 중국의 녜웨이핑9단이 혼자서 6명의 일본 최정예기사들을 모조리 격파, 고국에 첫승리를 안겼다.

대회후 일본기사들은 전원이 삭발까지 하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제5회 진로배 세계바둑최강전

진로배는 한·중·일 3국대표들이 겨루는 국가대항 단체전. 97년 5회대회에선 국내 무관(無冠)인 서봉수9단이 특유의 잡초 바둑으로 9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연출, 한국에 대회 5연패를 안겨주었다. 한국의 2번 타자로 나선 서9단은 일본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 중국 마샤오춘(馬曉春)9단 등 9명의 중·일 대표들을 차례로 격파했다.

우 칭위엔(吳淸源)-기타니(木谷實) 치수고치기 10번기 39년 9월부터 40년 10월까지 1년간 치러진 일본바둑 최대의 라이벌 대결. 제6국에서 우 칭위엔이 기타니를 선상선(先相先)으로 추락시키며 일본바둑 1인자로 부상했다.

제4기 명인전 도전5번기 제4국

72년 5월5일은 한국바둑사에 새로운 신화가 탄생한 날. 프로입단 2년차이던 서봉수(당시 19세)가 거목 조남철9단을 3대1로 꺾고 명인위를 획득, 세대교체의 막을 열었다.

「일본유학파가 아니면 정상은 어렵다」는 통설을 깨뜨린 사건이기도 했다.

■제7기 일본 기세이(棋聖)전 도전7번기

82년 일본 메이진(名人)·혼인보(本因紡)타이틀을 쥐고 있던 조치훈9단이 3연패후 4연승이라는 극적인 뒤집기로 일본랭킹 1위기전인 기세이까지 석권, 일본 바둑사상 처음으로 대삼관(大三冠)에 등극했다.

■제10기 일본 기세이전 도전7번기

85년 교통사고로 전치 3개월의 골절상과 타박상을 입은 조치훈9단이 휠체어에 몸을 싣고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9단의 도전을 받았다. 조9단은 「휠체어 대국」의 투혼에도 불구, 아깝게 타이틀을 내주었다.

■슈샤이(秀哉)대 우 칭위엔 특별기

1933년 일본의 마지막 혼인보 슈사이와 신인 우 칭위엔이 벌인 특별대국. 우 칭위엔은 흑1을 우상귀 삼·삼, 흑3을 좌하귀 화점, 흑5를 천원에 두는 경천동지의 포석을 선보였다. 결과는 흑의 2집반승.

■제5기 일본 메이진전 도전7번기 제6국

조치훈이 80년 오타케(大竹英雄)9단을 꺾고 처음으로 메이진을 쟁취, 일본바둑에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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