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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연기하다 진짜 실핏줄 터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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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연기하다 진짜 실핏줄 터졌어요"

입력
1999.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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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파도'서 혼신연기 탤런트 김영애신기(神技)다. 화면속 그녀의 흡인력은 엄청나다. 그녀의 울부짖음에 시청자는 울고, 그녀가 행복하면 웃음 짓는다.

현실에서의 그녀는. 인터뷰를 위해 그녀를 만난 순간 겨울 한중간에 선 느낌처럼 차가운 바람이 일었다. 그러나 그녀가 말하는 동안은 포근한 봄바람이 불었다. 철저한 양극단의 느낌.

그녀는 평소 조용하고 차분하다. 하지만 몰입하면 숨어있던 열정이 폭발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현실에서의 사랑도, 천직이라는 연기에서도 이런 느낌은 드러난다. 드라마 속 이별을 이야기할 때 그녀는 눈시울을 적셨고, 운전을 못하는 기계치라고 말할 때는 어린아이처럼 웃는다. SBS 주말드라마 「파도」의 주연 김영애(48).

혼신(渾身)이다. 26일 끝나는 「파도」가 방송되는 8개월 동안 어머니역에 온몸을 던졌다. 어머니로서 고단한 삶을 표현할 때나, 중년여성으로서 감정이 죽지 않았다고 절규할 때나, 말기암으로 죽어갈 때, 그녀만이 연출할 수 있는 몸짓과 표정으로, 대사로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천직인가? 아무도 보지 못하는 화면 뒤 고통이 있다.

그녀는 아픈 연기를 하면 리허설 때부터 몸이 아파 온다고 했다. 암의 고통에 방을 뒹구는 연기에서 안면의 실핏줄이 터져나갔다. 현재 KBS 주말극 「사랑하세요?」 와 「파도」 에서의 김영애 얼굴이 다르다는 것을 주의깊은 시청자라면 알아챘을 것이다. 올해로 연기생활 29년째. 하지만 지금도 대본을 받으면 마음이 설렌다. 그 긴장의 끈이 연기에 몰입하게 한다고 했다.

그녀의 연기의 선은 매우 강렬하다. 데뷔 3년 만에 맡았던 민비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화초보다는 잡초같은 역할에서 그녀는 더 빛이 난다. 지난해 동시에 출연했던 KBS 「야망의 전설」의 파란만장한 어머니역과 SBS 「7인의 신부」에서의 노처녀 역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야망의 전설」에서 운명의 질곡을 헤쳐나가는 연기는 지금도 시청자의 뇌리에 남아있다. 하지만 가벼운 노처녀 역은 다소 어색했다. 『제가 하고 싶은 역중에 기회가 없어 못해본 것이 장희빈이에요』

스무살에 데뷔를 했다. 탤런트 시험에서 얼굴이 카메라에 잘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분이 자신의 길(연기자)을 인도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엄마로서, 아내로서는 빵점이예요. 요리도 못해요』 하지만 한참 젊은 시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할 때 아이를 위해 러브신이 나오는 영화를 포기한 것을 보면 그녀도 평범한 어머니다.

그녀 역시 나이에 걸맞는 삶의 무게를 지고 산다. 『연기자라고 별 것 있나요』 40대 초반에는 힘든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이제는 덜하지만 여전히 감정이 소용돌이치거나 연기가 안될 때 쓴 소주와 혼자서 떠나는 여행으로 감정을 조절한다고 한다.

21일 강원 횡계로 「파도」 의 마지막 녹화를 떠난다. 『아마 죽으러 가는 모양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어느새 그녀는 사랑하는 자식들을 남기고 떠나는 어머니, 그리고 중년에 절절한 사랑을 이룬 남자를 뒤에 두고 떠나는 아내가 돼 있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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