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과 학부모들은 무슨 대학에 어떤 학과를 지원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이에 대해 올 대학입시에 지원하고 장차 대학에 진학할 학생들과 그들의 학부모에게 다음과 같은 몇가지를 조언하고자 한다.우선, 지원할 대학보다 이수할 전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은 학연, 지연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출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으나 새 천년에는 집단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개인 위주의 사고와 생활패턴이 더욱 확산되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출신대학보다 전공을 더욱 중요시하는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물론 전공도 적성에 맞고, 마음에 드는 대학에 갈 수 있다면 다행이겠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전공을 먼저 선택하고 자기의 성적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자기의 적성과 취미, 특기를 잘 파악한 학생들은 전공을 선택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이런 부류의 학생들조차 자기의 적성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학과에서 실제로 배우는 과목과 앞으로의 진로 사이에 많은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대학입학 후 박사까지 취득하려면 보통 9년간 공부를 해야 한다. 따라서 입학 때 적어도 10∼20년 앞을 내다보고 그 때 사회에서 가장 많이 필요한 전공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최근 분야별 또는 계열별 모집을 하고, 고학년에서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대학들을 선택해 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겠다.
21세기에는 빠른 변화가 요구된다. 전공분야에서도 변화들이 빠르게 일어날 것이며, 특히 인문사회계통보다 이공계통은 상대적으로 전문분야의 지식들이 빠르게 생성소멸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이공계통을 선택하는 일을 다시 한번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머지 않아 학생이 모자라서 페쇄되는 대학과 학과가 많이 늘어날 것이며 대학들은 이러한 추세를 대비하여 대학별로 특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자기가 선택할 전공이 그 대학 특성화분야에 들어있는지도 고려하여 전공과 대학을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사회는 더욱 다양화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인기가 있는 전공보다는 현재 남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고 별로 인기가 없는 전공을 선택해 볼 수도 있겠다.
앞으로 우리가 좋든 싫든 많은 컴퓨터와 통신을 사용하고, 전공과 활동무대가 세계화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과목을 커리큘럼에 많이 반영하고 강조하고 있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편일 것이다.
학생들이 많은 정보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수능점수에 맞추어 주위의 부모나 교사의 권유로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학부모나 교사들은 책과 잡지 등을 통해 학생들이 고려하고 있는 전공과 대학에 대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학생들에게 해당분야의 교수, 대학생 및 직장인 등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실에서는 상황이 바뀌어 나중에 그 결정에 변화를 줘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최소화하여 불필요한 정력, 시간, 돈의 낭비를 줄이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는가. 알다시피 인간에게 주어진 인생의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이영해(한양대교수·산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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