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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입력
1999.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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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 '현상학과 정치철학' 김홍우씨『학생들이 처음에는 「현상학과 사회과학의 관계가 무엇이냐」 하다가 얼마 후에는 「현상학과 정치학의 관계」를 묻더군요. 그리고는 「현상학과 한국정치의 관계가 무엇이냐」 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서울대 정치학과 김홍우(57·사진) 교수가 쓴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인문·사회과학 분야 수상 도서 「현상학과 정치철학」(문학과지성사 발행)은 현상학과 정치학을 접목시키려는 20년 넘는 외로운 연구의 결실이다. 더불어 그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물론 그 역시 찾으려 했던 「한국정치 새롭게 읽기」를 위한 긴 길의 첫 걸음으로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책에서 현상에 「대한」 철학에서 현상 「의」 철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과 「의」의 차이는 관찰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대상과 외적이고 자의적이며 폐쇄적인 관계를 갖는가, 직접적이고 개방적이며 소통하는가의 차이다.

『한국정치의 특징은 엔지니어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의도와는 크게 상관없이 외부의 각본에 따라 움직인 한국 정치의 행태를 그는 비판했다. 정치인들은 현상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현상에 대한 이야기만을 했다는 것이다.

학자들도 마찬가지다. 현상의 이야기보다 현상에 대한 담론만 무성한 것이 학계의 현실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전봉준의 「공초(供草·범행의 진술)」나 장기표씨의 「항소 이유서」, 한상진 교수의 「중민 이론」 이 모두 민중 또는 중민의 이야기라기보다 민중 또는 중민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는 느낌이다』

김 교수는 「현상의 과학을 갖는다는 것은 그 과학이 다루려는 대상을 직접적인 방식으로 파악하는 것을 뜻한다」 는 하이데거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회과학에 이론만 무성하게 만든 행태주의 비판으로 책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행태주의의 실증성에서 현상학의 민감성으로의 전환이 현장의 목소리에 무감각한 현대 사회과학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자연과학을 인간과학으로 끌어들이려는 현상학자 후설의 시도가 갖는 정치철학적인 의미에서 출발해 슈츠, 메를로 퐁티로 이어진다. 그의 현상학 연구는 외부에만 시선을 고정했던 정치학의 흐름을 내부로 돌리려는 힘겨운 시도로 읽을 수도 있다. 현상학의 시각을 통해 마르크스주의가 한국정치에서 갖는 친화력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루카치, 케이텁, 마오쩌뚱, 고르바초프, 밀리반트, 풀란차스의 독해도 새롭다. 책의 끝 장 「현상학과 정치학, 그리고 한국정치」 는 곧 또다른 두툼한 한 권의 책으로 선보일예정이다.

■저작상 본심 진출 도서

왕조의 설계자 정도전(한영우 지음, 지식산업사)

정종대왕과 친인척(지두환 지음, 역사문화)

한미수교사(김원모 지음, 철학과현실사)

호모에티쿠스(김상봉 지음, 한길사)

한국유학의 탐구(금장태 지음, 서울대 출판부)

만주어와 알타이어학 연구(성백인 지음, 태학사)

한자는 중국을 어떻게 지배했는가(김 근 지음, 민음사)

전환기의 한국사학(이기동 지음, 일조각)

한국의 현대성과 사회변동(김호기 지음, 나남출판)

사회주의 지배 엘리트와 체제 변화(서재진 등 지음, 생각의나무)

한국 노인의 삶(김익기 등 지음, 생각의나무)

현대 가족의 이해(한남제 지음, 일지사)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인문과학-'한국의 생태사상' 박희병씨

「한국의 생태사상」(돌베개 발행)은 한국 전통사상에 내장되어 있는 생태주의적 사유를 탐색하기 위해 쓰여졌다. 지은이 박희병(43·서울대 국문과 교수)씨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와 조선시대 학자 서경덕·신흠·홍대용·박지원의 사상을 시학과 문예론을 중심으로 생태주의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다.

이규보의 「만물일류」(萬物一流·생명있는 모든 존재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서경덕의 철리시(哲理詩·철학적 이치를 읊은 시), 신흠의 자연시학(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런 시로써 도(道)에 이른다는 사상), 홍대용의 「인물균」(人物均·하늘의 입장에서 볼 때 사람과 사물은 균등하다), 박지원의 생태주의 산문시학 등을 분석하고 있다. 우리 전통의 지적 자산을 생태주의 관점에서 새롭게 읽어낸 최초의 저작이다.

한국 한문학을 연구하는 고전학자로서 그가 생태주의에 관심을 둔 것은 80년대 후반 환경·생태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면서부터다.

『경제가 발전하고 민주화가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게 허황된 것임을, 특히 생태문제는 그런 낙관적 전망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면을 응시하고 삶과 사유의 새 틀을 짜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지요』

이 책은 그러한 반성의 과정이자 결실이다. 그는 『우리의 지적 전통에서 찾아낸 생태주의적 실마리가 새로운 세계관 형성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이 책은 동시에 글쓰기를 통해 생태주의를 실천하려는 지은이의 자기다짐이기도 하다.

『박지원은 글쓰기를 「집을 찾아가는 행위」 곧 자신의 본분으로 되돌아감, 「수분」(守分·분수를 지킴) 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글쓰기는 욕망을 자극하고 남을 유린하는 반생태주의적인 것이 범람하고 있지요. 인간 본연의 자세를 추구하는 참된 글쓰기는 반성적 작업이며 따라서 생태주의 실천의 작은 길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생태주의적 전망에 있어 고전의 지혜를 어떻게 오늘에 되살릴 것인가. 그는 『과거의 지혜는 자본주의 비판을 매개할 때에만 현실성과 역사적 방향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자본주의는 생태주의의최대 장애물입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와 엉겨붙어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지 않는 한 모든 게 헛 것입니다』 우리의 고전에서 생태주의를 탐색하는 그의 작업은 조선시대 문인 김시습, 실학자 최한기 연구로 계속될 예정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시사교양-'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한국역사연구회

『마냥 어렵게만 여겨지는 역사의 이야기를 민중의 생활을 중심으로 풀어나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저작상 시사·교양 부문 수상작으로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전3권·역사비평사 발행)가 뽑힌 것은 상의 수상자 선정 관행으로 보아 매우 이례적이다. 저술의 업적을 평가해 대개 한 사람의 필자에게 상이 돌아가지만 이 책은 십 수명이 기획하고, 거기에 따라 다양한 필진을 참가시켜 만들었다. 따라서 책을 생겨나게 한 공로는 기획팀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소장역사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역사연구회 현대사 분과 11명의 학자들이 기획팀을 구성해 만들어낸 대중을 위한 역사서다. 한국외국어대 이영학 교수가 팀장을 맡고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정용욱 교수, 정숭교(서울대 한국문화연구소) 조재곤(경원대 아시아문화연구소) 박한용(민족문제연구소) 배경식(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과 정병욱(고려대) 류시현(고려대) 안건호(한신대) 강사, 은정태(방송대 조교)씨 등이 참여했다.

책은 삶과 문화 이야기 사람과 사회 이야기 정치와 경제 이야기로 나뉘어 있다. 권마다 담긴 15, 16편 정도의 글은 과학기술과 영화와 책와 집이 100년 동안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또 근대화가 우리의 생활공간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흥미롭게 좇고 있다. 「고시와 출세의 역사」 「일본인 망언의 뿌리」 「장돌뱅이에서 세일즈맨까지」 등 정치·경제 이야기도 재미가 넘친다.

『21세기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급한 변화의 물결로 흘렀던 우리 100년사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대중이 알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고 이영학 교수는 말했다. 이번 수상작은 연구회가 3년 전부터 낸 「어떻게 살았을까」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비슷한 기획으로 96년 나온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2권)는 10만 질 정도 팔린 베스트셀러다. 그리고 이어서 「고려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삼국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를 냈고, 최근 2년 동안의 기획과 원고 청탁을 거쳐 이 책을 완간했다.

『재미 중심으로 역사를 좇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지만 옛 사람들의 모습을 알고 싶어하는 대중의 욕구는 분명히 있다』며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는 데 이 책의 강점이 있다』고 기획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자는 것은 최근 국내 출판계의 큰 추세고, 「어떻게 살았을까」 시리즈는 역사분야에서 그 흐름을 만들어낸 책으로 평가할 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숭교, 이영학, 배경식, 박한용, 박정애, 안건호, 조재곤씨. /홍인기기자

◇저작상 본심 진출 도서

우리 속담 연구(최창렬 지음, 일지사)

북한학자가 쓴 조선의 민속놀이(도유호 등 지음, 푸른숲)

20세기 우리 역사(강만길 지음, 창작과비평사)

거미의 세계(임문순 등 지음, 다락원)

명령으로 안되는 경제(좌승희 지음, 나남출판)

있다.김범수기자

bskim@hk.co.kr

■전통과 권위의 양서축제

출판도서가 지난해에 비해 훨씬 풍성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제일 힘든 것이 저작상 부문이지만 심사위원들의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먼저 인문분야에서는 「왕조의 설계자 정도전」 「한미수교사」 「한국유학의 탐구」 「한자는 어떻게 중국을 지배했는가」 등을 최종으로 함께 심의했다. 결국 「한국의 생태사상」으로 결정한 것은 학문적인 평가와 함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가독성(可讀性)이 크게 감안된 것이다. 이에 비해 사회부문에서는 좀 어렵기는 해도 학문적으로 대단한 노작(勞作)이라는 면에서 「현상학과 정치철학」을 결정했다. 「한국의 현대성과 사회변동」 「사회주의 지배 엘리트와 체제 변화」 「한국 노인의 삶」 「환경갈등과 불평등」도 최종으로 함께 심의했다.

시사·교양 분야에서는 앞의 두 분야보다 최종으로 더 많은 저서들을 심사했다. 「명령으로 안되는 경제」는 시사·교양으로서는 이해가 쉽지 않은 전문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제외했다. 「20세기의 우리 역사」 「거미의 세계」 등을 최종으로 심사했으나, 한국역사연구회가 지금까지 낸 같은 부류 저서들의 공로도 함께 평가해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로 저작상을 합의했다.

출판상 부문에서는 먼저 번역에서 「충성과 반역」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등을 논의했으나 「뿌쉬낀」과 「중국철학사」 등이 워낙 대저이고 또 이 2권의 저서 역시 원저(原著)나 번역의 면에서 경중을 가리기 어려워서 함께 수상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사전에서는 「한국벼슬사전」 「국어 비속어 사전」 등을 마지막까지 심사했으나 「표준국어대사전」으로 결정했다.

문고에서는 별다른 경쟁 저서들이 없었고, 전집에서는 「겐지이야기」도 함께 심의했으나 「황수영 전집」으로 의견이 일치했다. 기획에서는 「한국의 해녀」를 마지막까지 심의했으나 「개미제국의 발견」이 모든 면에서 돋보였다. 편집에서는 다른 논의없이 「몽골의 암각화」로 합의했고, 사료정리에서도 「충무공 이순신 전집」으로 쉽게 합의를 보았다. 사진과 예술, 장정, CD롬에서도 큰 이의가 없었고, 제작에서는 「한국의 해녀」도 기획에서와 같이 논의하였으나 「꽃으로 본 한국 문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 가지」로 결정했다.

심사위원장 송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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