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세기말인데다 예상보다 이른 경기회복 때문인듯 그 어느 해보다 흥청거리고 있다. 그러나 세밑 온정은 예년만 못하다. 민간 모금활동기구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지난해에는 연말까지 164억원을 모았는데, 올해는 지난 17일까지 22억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모금회 관계자는 그 이유로 크게 두가지를 지적했다. 하나는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신문등 언론에 기탁자의 얼굴사진이 안나오고, 액수에 관계없이 기탁자 명단을 동일한 크기로 하며, 금일봉을 금지해 「생색을 내고 싶은」 사람들이 모금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모금액의 70% 정도를 대기업에 의존해왔는데, 올해는 「미래에의 준비」를 위해 기부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구세군 자선냄비는 18일까지의 집계(서울 지역)가 3억9,400만원 정도로 지난해에 비해 20% 가량 늘었다. 이웃돕기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 성직자는 『요즈음 전화 받기가 두렵다. 어려움이 많다며 도와달라는 전화가 많은데,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IMF 위기를 잘 극복해 경기가 나아졌다고 하는데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불우이웃에 대한 관심은 경제가 최악이었던 지난해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전 계열사에 망년회 대신 불우이웃돕기를 하고 전 임직원이 1인 1건의 봉사활동에 참여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한화측은 『IMF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성원해 준 국민들에게 보답하며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식투자로 수억원을 「가볍게」 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고, 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이익을 올렸다. 고급 호텔 연회장이나 유흥가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없는 사람들은 더 외롭고 춥게 마련이다. 돈이 증시로 몰리면서 각종 펀드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수익금액의 일정액을 불우이웃돕기에 쓰는 펀드나 기업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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