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의혹사건이 발생 1년만인 20일 특검수사발표를 통해 몸통을 드러냈다. 최병모 특검팀은 60일간의 수사기간에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를 축으로 옷로비 4인방의 거짓말을 해부, 6월 검찰수사보다 실체적 진실에 좀더 접근했다. 특검은 코트에 집착해온 기존의 단편적인 수사에서 벗어나 사직동팀과 검찰의 사건 축소·은폐의혹을 제기하고 결국 대검의 재수사를 이끌어냈다.◇옷로비 실체
특검팀은 배정숙씨의 1인극이라는 검찰수사결과와 달리 배씨와 정일순씨가 각각 이형자씨에게 옷값대납을 요구한 사건으로 판단했다. 특검은 또 이씨의「실패한 로비」가 아니라 「포기한 로비」라고 규정했다. 이씨가 남편인 최순영전회장의 구명을 위해 영부인과 연씨에게 접근하려 했으나 연씨로부터 최회장의 구속방침을 접하고 김태정 낙마로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다.
◇반코트 배달·반환경위
특검팀은 연씨가 호피무늬 반코트를 정씨로부터 지난해 12월26일 몰래 받은 것이 아니라 선물로 생각하고 12월19일 공짜로 가져갔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또 연씨가 자진해서 올 1월5일 반환한 것이 아니라 남편인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으로부터 옷로비 관련 첩보내용을 전해들은 1월8일 부랴부랴 돌려준 사실을 확인했다.
◇연정희의 사건 축소 시도
검찰은 연씨가 자신도 모르게 옷이 배달됐기에 축소시도는 당연히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검팀은 투서를 접한 연씨가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정씨에게 배달·반환시점을 왜곡하려 했고 정씨도 이에 동조, 의상실 장부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최순영 구속방침 누설
검찰은 연씨가 배씨에게 언론에 보도된 수준의 의례적인 이야기를 전했을 뿐이라고 발표했으나, 특검팀은 연씨가 박시언 당시 신동아그룹 부회장의 부인 서정의씨에게 구체적인 구속방침을 누설했다고 밝혔다. 연씨는 지난해 12월17일 친분이 있던 서씨를 만나 『신동아를 빠르면 신정, 늦으면 구정이 지나서 구속할 것 같다』고 말했으며 이 말을 전해들은 이형자씨는 로비를 포기하고 김태정 낙마에 나섰다. 최회장은 2월11일 구속됐다.
◇연정희외에 추가 로비
검찰수사에선 연씨에 국한시켜 로비가 없었다고 결론내렸지만 추가 로비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씨가 영부인과 친분이 있던 정씨에게 접근, 로비명목으로 8,000만원의 옷을 구입했으나 실제 로비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특검팀은 또 정씨가 추가로 밍크코트 4벌을 준비, 연씨외에 다른 장관부인에게 전하려 했다는 단서를 포착했으나 확인에는 실패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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