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초(愚礎) 방일영(方一榮·77)씨는 올해 3월 조선일보 고문을 사임하면서 언론계를 물러났다.할아버지 방응모씨의 비서로 처음 조선일보에 입사한 것이 1943년 4월. 56년 가까운 세월이다. 조선일보 역사가 80년이니 그는 그 역사의 3분의 2를 책임진 사람이다.
올해 희수(喜壽)를 맞은 그의 인생 역정을 담은 「격랑육십년 방일영과 조선일보」(방일영 문화재단 발행)가 출간됐다. 월간조선 권영기 기자가 1년 동안 취재해 쓴 글이다.
책에는 신문과 평생을 함께 하며 조선일보를 유력 신문으로 키워놓은 우초의 파란만장한 생애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있다.
경성제일고보 시절 통 크고 리더십 뛰어난 학생으로 소문난 일이나, 일제강점기 집을 드나들었던 조만식, 한용운, 홍명희 등 당대 거물의 수발을 챙겼던 기억, 할아버지 밑에서 신문 경영자 수업을 하던 때의 모습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폐업의 위기를 오갔던 조선일보의 험난한 시절도 엿볼 수 있다. 한국전쟁으로 사장이 납치되고 신문사 인쇄시설이 완전 파괴된 절박한 상황, 50년대 은행 융자와 신문용지 배당이라는 칼을 쥐고 언론사를 압박했던 자유당 정권에 연일 껄끄러운 논조로 대들었다가 문을 닫아야 할 운영난에 처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우초는 『4·19가 나서 신문사가 살았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책의 1, 2부는 그의 인생에 대한 기록, 3부는 지인들이 말하는 우초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대범하면서 치밀한 사람으로, 널리 사람을 사귀고 결심을 굽히지 않는 집념의 인물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김범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