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연말 대여공세가 다시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다. 천용택 국가정보원장의 DJ 대선자금 발언파문 초기만 해도 제한전을 선택하는 듯했던 분위기가 지난 주말을 고비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사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한나라당의 대응에는 어딘가 유보적인 데가 있었다. 공세를 취하면서도 한편으론 『대선자금이란 게 여야가 끝장을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느냐』는 봉합 불가피론이 만만찮았다.
그러다보니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가 켕기는 부분이 많은 것 아니냐』란 사시도 있었고, 초·재선의원들에게서는 『왜 공이 날아오는데 치지않고 슬슬 피하려 하느냐』란 비판마저 일었던 것.
한나라당이 20일 총재단·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여야의 15대 대선자금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키로 한 것은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한 고위 당직자는 『대선자금 국정조사 요구는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니다』라며 『걸핏하면 들고나오는 세풍 무기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라도 이참에 맞불을 단단히 놓겠다는 게 이총재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은 이총재의 향후 정국인식과도 맥이 닿아있다. 무엇보다 이총재는 선거법 협상이 현실적으로 연내에 마무리되기는 어렵고, 꼭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이총재는 이날 『여러 현안이 미제인 상황에서 대통령과 만나 논쟁하고, 또다시 미제의 다툼을 남기는 총재회담이라면 할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는 『선거법협상 타결을 위한 총재회담은 없다』는 의미라는게 측근들의 독법이다. 이총재가 말하는 「미제 현안」의 핵이 대선자금과 언론문건 국정조사임을 감안하면, 이같은 언급은 연내 정국 정상화와 선거법 협상 타결이 무망하다는 속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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