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개월째인 블라디미르 푸틴(47) 러시아 총리의 기세가 무섭다. 「총리는 총선에 나설 수 없다」는 선거법에 묶여 선거전에서는 2선에 물러나 있었지만 스스로 창당한 신생 통일당이 총선에서 승리, 그의 인기가 거품이 아님을 확인했다.이로써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내세운 「정보기관 출신 꼭두각시」로 폄하되며 정치력을 의심받아온 푸틴 총리는 2000년 6월 대선전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민간 방송인 NTV가 총선 투표일인 19일 비교사회연구소와 함께 실시한 출구여론조사에서 푸틴은 지지율 50%를 얻었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가 17%,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 총리는 14%에 그쳐 지금 당장 대선이 실시된다면 푸틴의 압승이다.
푸틴과 통일당의 인기는 한마디로 체첸 공격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과시하며 러시아 민족주의를 자극한 덕이다. 「체첸」바람은 크렘린내 옐친 대통령 「패밀리」의 부패 스캔들과 경제파탄 등 굵직한 선거 이슈들을 모두 잠재워버렸다.
푸틴의 세몰이는 유력한 정치지도자들과 재벌이 지지를 선언하며 그의 캠프로 모이려는 움직임에서도 잘 드러난다.
96년 대선 당시 옐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 제1부총리(현 러시아통합전력시스템 사장)는 최근 『푸틴 총리가 나를 부른다면 그를 위해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치판의 돈줄이자 언론 재벌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도 총선 직전 자신 소유인 일간 코메르산트 데일리를 통해 푸틴 지지를 선언했다.
대권을 꿈꾸는 「조국·전러시아연합(OVR)」의 유리 루시코프 모스크바 시장이나 크렘린과 친밀도가 높은 「우파연합」의 세르게이 키리옌코 전 총리 등도 푸틴의 인기폭등에 합종연횡을 통한 권력분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반 크렘린의 선봉에 서온 OVR은 푸틴과 손을 잡을 것이냐, 공산당과의 반 크렘린 전선을 구축할 것이냐의 갈림길에서 암중모색에 들어갔다고 보아야 한다. 옐친의 퇴임 후 사후보장과 기존 권력층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푸틴을 중심으로 결집한 크렘린계가 얼마나 응집력을 보일지도 푸틴 대권가도에서 남은 변수이다.
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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