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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노트] 한-일 바둑계 아마단증제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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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노트] 한-일 바둑계 아마단증제 '지각변동?'

입력
1999.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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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한국기원에 일본기원으로부터 팩스 한 장이 날아 왔다. 『일본기원 상무이사회는 이날자로 후지사와 히데유키(藤澤秀行) 9단을 제명했다』는 아주 짤막한 내용이었다.후지사와라면 일본 최대 타이틀인 기세이(棋聖)를 6연패하는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 바둑계의 거목.

사정을 알고보니 후지사와는 11월22일 갑자기 일본기원에 탈퇴서를 제출했으며 29일에는 자신이 주도하는 바둑모임인 「슈코 연구회」의 이름으로 독자적인 아마 단증 발행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더구나 단증 인허료를 현재의 20% 수준으로 대폭 인하하겠다는 것. 지금까지 일본기원이 독점해오던 아마 단증 발급권에 대한 공식적인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본기원은 7일 『단위 인정과 면장 발행은 일본기원 고유의 사업임과 동시에 재단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후지사와 개인의 이름을 건 면장 발행은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 급기야 제명이라는 강경조치를 취한 것.

하지만 자유분방한 기풍과 끝없는 기행으로 바둑팬들의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후지사와이고 보면 그의 이번 반란이 단순히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국내 바둑계에서도 최근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97년 국내 아마바둑계의 구심역을 표방하며 설립된 한국아마바둑협회가 회원들에 대한 기력 증명서 발급이라는 명분 아래 실질적인 독자 아마 단증 발급을 추진중이다.

아마바둑협회는 프로기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음으로 산하단체인 아마유단자연맹에서 기력심사를 하며 단증 발급비는 초단 2만원, 2단 4만원, 5단 10만원 등으로 초단 10만원, 2단 20만원, 5단 80만원, 6단 160만원인 기존 인허료의 20% 수준을 밑돌고 있다.

국내에서 독자적인 아마 단증 발급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3년 국제기원이 설립되어 독자적으로 프로기사를 선발하고 자체 기전 개최 및 아마 단증 발급 등을 계획했다가 한국기원측의 강력한 반발과 바둑팬들의 외면 등으로 인해 중도하차한 적도 있다.

하지만 최근 사회 각 부분에서 시장개방과 자유경쟁의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자칫하면 일본의 후지사와 돌풍과 맞물려 아마 단증 발급 제도의 대변혁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바둑평론가=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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