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안보위기가 정치·경제적 안정 희구세력을 눌렀다.19일 실시된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총선에서 신생 통일당이 예상을 뒤엎고 돌풍을 일으키자 전문가들은 체첸사태로 초래된 국민의 안보위기감이 블라디미르 푸친 총리가 후원하는 통일당의 승리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해 8월의 러시아 외환위기 이후 정치·경제적 안정을 추구해온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 총리와 유리 루시코프 모스크바 시장의 「조국·전러시아연합(OVR)」은 예상보다 저조한 9.24% 득표에 머물렀다.
또한 95년 총선에서 「적색 바람」을 일으켰던 공산당의 기세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은 국민들이 시장경제 구축을 위한 지속적인 개혁과 민주화를 선호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이 내년 6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러시아 정국은 푸틴총리를 중심으로 한 크렘린계와 반 크렘린계의 각축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크렘린계에는 우파연합과 자유민주당, 야블로코 등이, 반크렘린계에는 공산당을 필두로 범공산당계 정파가 결집하게 될 것이다. OVR은 두 진영사이에서 「캐스팅 보트」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오후 현재(현지시간) 통일당은 25.32%의 득표율로 25.06%인 공산당과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고 세르게이 키리옌코 전 총리의 「우파연합」도 8.77%의 지지를 획득, 선전중이다.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의 자유민주당은 6.58%, 그리고리 야블린스키의 「야블로코」는 5.89%를 각각 기록, 비례대표의 「5% 벽」을 통과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 당의 득표율이 올라가고 있다』며 선거패배 인정을 거부했으나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그러나 뚜렷한 정책대결 없는 최악의 비방전과 언론 줄세우기 등 악폐가 되살아나 내년 대선까지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다.
정당별 비례대표(전국구)의원 225명과 지역구 의원 224명 등 449명의 의원을 뽑는 이번 총선은 모스크바 등 33개 시장선거와 8개 주지사선거, 10개 시의회선거도 함께 실시됐다.
모스크바 시장선거에서는 루시코프 현 시장이 70% 이상의 득표로 당선이 확실시되며, 예브게니 나즈드라텐코 연해주지사도 65%의 득표율로 재선가능성이 높다. 추코트카주 지역구에 출마한 거대 석유업체 시브네프티의 소유주이자 크렘린의 측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도 당선이 확실하다.
/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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