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실용위성인 아리랑1호가 20일 오전 10시12분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꼭 30시간 뒤인 21일 오후 4시12분(현지시각 20일 오후11시12분)이면 미국 서부 반덴버그공군기지에서 우리의 꿈이 우주로 날아간다. 아리랑1호 발사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실용위성 시대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30시간 카운트다운 돌입
아리랑1호는 미 오비탈사의 4단 로켓 토러스(Taurus)에 탑재돼 발사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리랑1호를 공동개발한 항공우주연구소와 미국 TRW 연구진은 현재 필요한 기계 작업을 완료하고 발사대에서 철수한 상태다.
아리랑1호 발사를 총괄하는 항우연 류장수(위성사업부장)박사는 『최종리허설까지 마쳐 모든 준비가 완벽하다』며 『하지만 발사당일 고공의 풍속이 20노트 이상일 경우 발사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발사체인 ACRIMSAT의 준비부족으로 이미 5개월이나 늦어진 아리랑1호의 발사날짜는 1주일 전 다시 하루가 연기(21일로)되는 등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모른다. 공군기지에 있는 19명의 항우연 연구자들은 연일 밤샘을 하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 첫 다목적 실용위성
470㎏의 중형 위성 아리랑1호(높이 2.35㎙, 너비 1.34㎙, 길이 6.9㎙)는 우리나라가 발사하는 7번째 위성이다. 이미 발사된 무궁화1,2,3호는 1톤급 이상의 대형 통신위성이고, 우리별 1,2,3호가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개발한 소형 실험위성인데 반해 아리랑은 지도제작, 환경감시등 다목적 용도로 쓰이는 실용위성 시리즈의 첫주자. 아리랑1호는 고도 685㎞ 상공에서 지구를 남북방향으로 하루 14.5바퀴 돌면서 하루 2~3번 항우연 지상국에 자료를 전송하게 된다. 수명은 3년.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1분21초만에 로켓의 1단, 2분46초만에 2단, 2분51초만에 위성덮개(페어링)가 분리되며 13분48초 후 최종적으로 위성이 발사체로부터 분리돼 제 궤도를 돌게 된다. 아리랑1호는 분리 후 15분이 지나면 남극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의 맥머도지상국과 첫 교신을 갖고 제대로 궤도에 진입했는지를 판가름한다. 대전의 항우연 위성지상국과 교신이 되는 시각은 20일 오후 10시32분께다. 본격적인 위성활동은 한두달 후 시작된다.
■위성주권을 잡는다
아리랑1호의 발사성공은 실용위성 개발시대를 여는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아리랑1호 개발에는 지난 5년간 2,241억원이 투입됐고 항공우주연구소등 3개 기관과 대한항공등 7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미국 위성제작사인 TRW사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실용위성 제작기술의 80%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항우연은 2003년 발사예정인 아리랑2호를 순 국내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다. 2,282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될 아리랑2호는 해상도 1㎙의 최첨단 기능을 갖출 예정. 전문가들은 『이정도 성능의 실용위성을 외국에서 사 오려면 2,500억원정도가 든다』며 『자체기술력을 확보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상을 관측하는 자체 위성을 보유함으로써 우주상공의 주권을 확보한 점도 의의가 크다. 그동안 특정 영상자료가 필요하면 모두 외국 위성자료를 구입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우리가 원하는 곳의 사진은 어디나 찍을 수 있다.
외국에 팔 수도 있다. 해상도 1㎙의 정밀성을 자랑하는 미국의 아이코노스위성의 경우 이 영상자료를 활용하려는 국가들로부터 1,000만-2,000만달러의 사용료를 거둬들이고 있다. 카메라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활용가치는 무한히 커지는 셈이다.
또 주변 국가와 공동이해가 걸린 분야에 대해 협력관계를 맺는다면 시간적으로 빈틈 없이 한반도지역 관측이 가능해진다. 아리랑위성은 공공목적 관측만 하게 되지만 안보를 위한 기반기술이 된다는 점도 의미있는 부분이다.
반데버그공군기지(캘리포니아)=김희원기자
hee@hk.co.kr
■ [아리랑 1호 발사] 어떤임무 수행하나
태풍과 홍수로 물길이 바뀌고 수량이 늘었다. 아리랑1호가 촬영한 사진으로 홍수피해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정부는 신속히 복구작업에 들어갔다. 아리랑1호가 촬영한 또 다른 사진은 서해바다에서 광범위하게 적조가 발생한 것을 알려준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사진이 찍혀 황사주의보가 발령된다….
아리랑1호가 앞으로 수행하게 될 임무는 가상해 본 것이다. 「다목적 실용위성」이라는 이름처럼 그 임무는 다양하다. 우주쪽보다는 지구쪽을 주로 관측하게 될 실용위성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결국 「눈」 즉 카메라이다.
아리랑1호 전자광학카메라(EOC)의 해상도는 6.6㎙. 685㎞ 상공에서 가로 세로 6.6㎙의 사물을 하나의 점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대형비행기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이를 활용, 2만5,000분의1 축적의 입체전자지도를 제작하고 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도시계획 고소도로건설등 국토개발과 관리, 산악 및 해안선의 지형조사, 홍수 태풍등으로 인한 하천의 변화나 대형산불등 재해관측의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폭 800㎞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해양관측카메라(OSMI)는 해양오염, 해수면 온도측정과 어군 탐지, 황사등 대기오염 관측에 유효하다. 이밖에 이온층 측정시스템, 고에너지입자검출기가 탑재돼 있어 우주환경에 대한 연구와 이것이 위성부품에 끼치는 영향도 연구대상이다.
현재 정부, 지자체, 대학등 60곳이 아리랑1호의 자료를 제공받을 사용자 그룹으로 결성돼 있다. 그러나 촬영자료는 건설사 등 민간업체에도 유용해 그 활용폭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위성활용사업에 대한 최종방침은 내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 우주개발전문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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