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보고서 유출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가 사직동팀의 옷로비 사건 내사자료 일체를 확보, 자체 분석을 사실상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차동민 대검 공보관은 19일 『사직동팀이 작성한 3종류의 최초보고서 외에 별도 문건 1종과 사직동팀이 박주선 전청와대법무비서관에게 보고한 최종보고서안(案)을 찾아냈다』고 밝혔다.검찰은 사직동팀 관계자들을 추궁, 이들이 은닉해뒀던 컴퓨터디스켓 등을 임의 제출 받고 『박전비서관의 지시로 내사자료를 치웠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 수사팀은 이같은 정황을 토대로 박전비서관이 김태정 전법무장관에게 최초보고서를 넘겨준 혐의를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박전비서관이 사직동팀의 내사과정에서 사건을 축소 또는 은폐했는지까지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사직동팀이 박전비서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최종보고서안과 실제 대통령에게 보고된 최종보고서의 차이를 면밀히 분석, 박전비서관이 사건 축소에 개입했다는 심증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지휘부는 그러나 여전히 『사직동팀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과 이들의 일방적 진술만으로 박전비서관이 보고서를 유출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최초보고서에 육필로 기재된 날짜와 제목이 김전장관의 필적으로 확인돼 『박전비서관이 전달했다면 김전장관에게 날짜와 제목을 잘 못 알려줄 리 없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팀은 최초보고서 중 1월15일자 조사상황을 담은 「조사과 첩보」중 누락된 페이지가 어떤 내용이며 어디서 어떻게 누락됐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전장관에게 전달되는 시점에서 누락됐다면 그 이유를 찾아냄으로써 보고서 유출자를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팀은 보고서 유출자를 사실상 박전비서관으로 지목, 박전비서관을 「굴복」시킬 수 있는 물증과 객관적 정황증거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박전비서관은 그러나 변호인을 통해 『사직동팀 내부나 제3의 인물에 의한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도 검찰 수사팀이 예단을 갖고 수사하고 있다』며 『사직동팀 관계자들이 최초보고서 작성 자체를 부인하다 뒤늦게 말을 맞추고 나와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 수사팀은 지금까지 확보한 물증으로 20일 출두하는 박전비서관을 몰아세울 방침이나 어느 쪽이 「한판승」을 거둘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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