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보고서 유출 사건으로 박주선 전청와대법무비서관이 낙마한데 이어 이종왕 대검 수사기획관마저 사의를 표명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시16회인 박전비서관과 17회인 이기획관 둘 다 동기생들 가운데 선두를 달려온데다 선후배 신망도 두터워 일찌감치 「검찰총장」재목으로 꼽혀왔다. 특히 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고를 나온 박전비서관과 경북 경산 출신으로 경북고를 졸업한 이기획관은 각각 차세대 검찰을 이끌 호남과 영남의 대표주자라는데 이견이 없었을 정도다.두 사람은 49년생 동갑이지만 이기획관이 서울대 법대를 1년 앞섰고, 사법시험은 박전비서관이 앞섰다. 현재 이기획관의 직책인 대검 수사기획관 자리를 박전비서관은 97년에 거쳤다. 박전비서관이 검찰 내 요직인 중수부 3,2,1과장, 서울지검 특수부 2,1부장을 거치며 「특수통」으로 발판을 굳혀온 반면 이 기획관은 「기획통」으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검찰국 검사, 검찰1과장, 서울지검 형사5,4,1부장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박전비서관은 수사기획관 당시 김태정 전검찰총장과 함께 김대중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유보 결정을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후 박전비서관은 청와대법무비서관으로 옮기면서 친정을 떠났고, 결국 검찰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까지 맞게 된 것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기획관이 박전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를 전제로 한 소환방침 등 「강경론」을 펼친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혹시라도 93년3월 인사 당시 중수부 3과장직을 놓고 공보담당관이던 이기획관이 대검 환경과장이던 박전비서관에게 밀린 구원(舊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 등 등이다. 그러나 이기획관은 주위 사람들에게 『당시 나에게 중수3과장직이 어떠냐는 얘기가 있었지만 오히려 「박전비서관이 적임이다」며 내가 그를 천거한 것을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박전비서관에게는 어떤 사감(私感)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들은 『평소 성품으로 볼 때 이기획관이 고집을 꺾지 않을 것』이라며 『이래 저래 아까운 「인재」들만 잃게 됐다』고 탄식하고 있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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