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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노타이차림 '거실 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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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노타이차림 '거실 정담'

입력
1999.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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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당선 2주년을 맞은 19일 KBS와의 대담으로 모든 행사를 대신했다. 옷사건 노사문제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번잡한 기념행사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이날 밤 방영된 대담 프로는 김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청와대 관저 거실에서 부드러운 노변정담식으로 진행됐다. 김대통령은 이런 취지에 맞춰 옷차림도 정장이 아닌 노타이의 자유복장으로 했고 대담 도중 간간이 조크를 던지며 좌중을 웃음으로 이끌었다. 「거실에서 만난 대통령」이라는 대담 제목이 보여주듯, 합당 등 민감한 정치현안 대신 김대통령의 소회, 그동안의 정책성과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김대통령은 대담 내내 국민에 대해 미안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아쉽기도 한 심경을 토로했다. IMF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해 상당한 업적을 이뤘는데도 옷사건 등으로 국민 마음이 멀어진 데 대한 안타까운 심정이 절절히 나타나있었다. 김대통령의 속내는 대담 서두에 『잠을 잘 자느냐』는 질문에 『잘 자는 편인데 고민이나 걱정도 많다』고 답한데서 잘 드러났다. 김대통령은 대담 중반에 『두통약이 생각날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본의 아니게 국민에게 걱정끼친 일이 많았지만, 잘 해야겠다는 정신으로 일관되게 일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고위직 임명장 수여때 부인들을 동반토록 해 내조를 당부했다』며 『그런 것이 다 효과가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한탄했다. 김대통령은 『안타깝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국민 볼 면목도 없고 그런 심정이다』고 솔직히 속마음을 열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강력한 대통령이 요구된다』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김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화끈하게 해야한다」고 하지만, 과거 군사정권에서 그 「화끈」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느냐』고 반문하면서 『화끈을 함부로 좋아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안보상황의 안정, 재벌개혁, 노동쟁의의 감소, 경제회복 등을 예로 들면서 『민주주의는 속도가 느리지만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아무도 「1년반안에 IMF 극복」을 믿지 않았다』는 대담자의 말에 『나도 그 말을 해놓고 솔직히 켕겼지만 금모으기 운동을 보면서 자심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나름대로 이룩한 업적들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불미스러운 일들을 금년에 마무리짓고 새해에는 모든 국민이 윗목에서 아랫목까지 다 훈기를 느끼도록 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대담을 마무리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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