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on. com」에서 책을 주문해 본다. 원하는 책을 찾아 클릭하면 저자와 가격은 물론 지금까지 팔린 부수와 이미 그 책을 읽었던 독자들의 서평까지 나온다. 계정을 튼 사람이라면 주문절차를 끝내는데 60초면 충분하다. 주문 후 빠르면 10분 안에도 책을 부쳤다는 e메일이 들어온다. 남은 일은 소포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이 광속(光速)의 거래에서 「아마존」의 지리적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거래회수가 많아질수록 아마존은 나의 독서성향을 속속들이 분석해서 입맛에 맞을 만한 책을 가상(假想)의 서가에 꽂고 내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주문한 책이 절판이라면 헌책을 전세계에 수소문해서 흥정을 붙여준다.
인터넷에 뜬 골프농담이 재미있어 그만 e메일주소를 가르쳐준게 화근이 되었다. 그렇고 그런 한토막 농담에 광고가 몇쪽씩 붙어 날마다 배달되는 e메일은 중단할 수가 없는 정크메일이었다. 가상의 거주지(e메일주소)에서 이사를 가지 않는한 하루 한번씩 쓰레기 치우는 일을 계속해야 할 판이다.
빌 게이츠가 말했던 손가락 끝으로 움직이는 세상이다. 우리는 불과 5,6년 전만 해도 자판의 「@」가 무엇에 쓰이는 기호였는지 몰랐고, 「e메일」「e비즈니스」는 실리콘밸리 사람들만의 언어인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무서운 속도로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사업을 향해 재벌에서 대학생까지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
「다음 커뮤니케이션」이 코스닥에 상장된 후 한 달만에 서른 한 살의 이재웅 사장은 1,800억 원의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김우중의 몰락과 대비될만한 놀라운 사건이 아닐까. 이 엄청난 변화의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어쩌면 거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항해하는 물길은 빌 게이츠, 손정의, 제프리 베조스가 타고 있는 그 인터넷이다.
아마도 이찬진과 이재웅이 운명적으로 갈린 분기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의 재능이 아니라 산업사회의 막차를 탔느냐 정보화사회의 첫차를 탔느냐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며칠 전 어느 제조업체 대표가 푸념하는 말이 생생하다. 『도대체 우리 제조업자는 뭡니까』 이런 탄식이 앨빈 토플러가 예측한 대로 산업자본에서 「정보지식자본」으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이 몰고온 혁명과 혼돈의 한가운데 서 있다.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일어난 제1차 산업혁명, 전기의 발명이 일으킨 제2차 산업혁명이 그 당시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를 가르쳐주지 않았듯이 인터넷혁명도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 놀이와 레저 문화, 의료와 건강관리체계, 정부의 역할까지 바뀔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정치까지 바꿀지 모른다. 우리나라에도 인터넷정당이 등장했다. 지금은 웃기는 얘기같이 들리지만 그런 아이디어가 어떤 변화를 몰고올 기폭제가 될지 모른다.
인터넷혁명이 일으키는 한가지 분명한 변화는 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가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인터넷의 통신규범은 미국의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군사력에서 자본력으로 그리고 정보력으로 미국은 21세기에도 인터넷혁명의 주체로 부와 권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격차는 비단 정보 선진국과 후진국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 안에서도 인터넷혁명은 새로운 차원의 빈부격차를 만들어 놓을지 모른다. 오히려 지식사회라는 것이 더욱 극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자를 만들 것이라는 학자들의 예측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인터넷이 만들 혁명과 혼돈 속에서 우리의 21세기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것인지 기대와 불안이 사람들의 마음을 채우고 있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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