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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겨울은 골퍼에 '잔인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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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겨울은 골퍼에 '잔인한 계절'

입력
1999.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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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래 케이코가 고향바다로 돌아가는데는 21년이나 걸렸다.1977년 아이슬랜드의 바다에서 생포된 케이코는 캐나다 멕시코 등지로 옮겨 다니다가 영화 「프리 윌리」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 관광객의 눈요깃거리가 되기 위해 위락공원에 갇혀 있는 범고래가 한 소년의 도움으로 수족관을 탈출, 바다로 돌아간다는 줄거리의 영화다.

이 영화출연을 계기로 동물보호단체가 케이코의 귀향운동을 전개했다. 멕시코시티의 한 수족관에 갇혀 있던 케이코는 미국 오리건주의 해변수족관으로 옮겨져 3년동안 스스로 고기를 잡아먹는 법을 배운 뒤 1998년 아이슬란드의 베스트만섬 인근 고향바다에 만들어진 축구장 크기의 특수 수중우리 속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케이코는 고향바다로 돌아온지 1년이 지나도록 혼자 힘으로 생선을 잡지 못하고 다른 고래와 놀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소식이다. 「프리 윌리 지원재단」은 케이코가 언제 야생의 바다생활에 적응할지 애를 태우고 있다.

장기간 골프채를 놓았다가 운동을 재개할 경우 심한 낭패감을 맛보게 된다. 나무랄데 없는 싱글골퍼라 해도 수개월만 골프채를 잡지 않으면 초보자나 다름없는 쓴 맛을 보게 된다. 마음은 옛날의 싱글골퍼인데 몸은 이미 녹슨 초보자로 변해버린 것이다.

문제는 골프라는 운동에 필요한 잠재의식과 근육, 리듬을 되살리는데 상당히 긴 시간과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달을 쉬었다면 그 절반인 보름정도는 하루도 걸르지 않고 연습해야만 겨우 예전의 감각을 되찾을 수 있다.

이만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단기간내 예전의 실력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안절부절 하는 사람은 고통과 시련의 기간이 의외로 길어지거나 아예 골프와 결별하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특히 겨울철은 골퍼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겨울철이 되면 아예 골프채를 놓아버리기 쉬운데 필경 이듬해 봄 잔디가 파릇파릇한 필드에서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감당키 어려운 고통을 맛보게 된다.

골프채에 낀 녹은 금방 닦아낼 수 있지만 육체에 낀 녹은 결코 하루아침에 씻어낼 수 없다. 골프라는 환상의 연(鳶)을 놓치고 나서 사라진 실마리를 찾느라 헤매지 말고 처음부터 연을 놓치지 않도록 할 일이다.

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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