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톳길에 선연한/핏자욱 핏자욱 따라/나는 간다 애비야」(「황톳길」부분). 「나 한때/잎새였다//지금도 가끔은 잎새//해 스치는 세포마다/말들 태어나/온 우주가 노래 노래부르고」(「나 한때」 부분). 핏자욱 선연한 황톳길부터 나뭇잎새에서 느끼는 우주의 조화까지, 김지하(58)시인의 시들 중 서정시 100편을 모은 「꽃과 그늘」(실천문학사 발행)이 출간됐다.이 시집에서 그는 최근 알려진대로 필명 「지하(芝河)」대신 「영일(英一)」이라는 본명과 「노겸(勞謙)」이라는 호를 함께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이유와 최근의 심경을 담은 원고지 200장에 달하는 장문의 후기를 썼다. 김씨는 이 글에서 자신의 문학적 이력과 서정시편들의 창작과정, 사상의 변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시절이 「시」보다 「삶」을, 「삶」보다 「쌈」을 더 요구했다… 지금 생각해도 지난 날의 나의 시적 성취는 그리 큰 것이 못되지 않나 싶지만 「민족의 역사 위에 내 몸으로 큰 시를 쓰기」를 공언했던 이십대의 생각, 시는 삶의 연장이며 그 밖에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그는 밝히고 있다.
/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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