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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인 은행장'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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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인 은행장' 시대

입력
1999.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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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계에 사상 유례가 없는 외국인 은행장 시대가 오는 모양이다. 보도에 따르면 IFM 구조조정 대상인 제일은행을 인수할 미국의 뉴브리지 캐피털측이 40대 일본계 미국인을 유력한 신임행장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신임행장은 이번주 양측간의 양수·양도 본계약이 체결된 다음에야 최종 확정되겠지만 현재로선 외국인이 될 가능성이 99%다. IMF 이후 외국자본들의 국내기업 인수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해외 합작제휴 등으로 외국인 임원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으나, 시중은행의 해외매각이 현실화하고 최고사령탑에 외국인이 들어앉게 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제일은행의 이같은 완전한 외국화는 지난 수십년간 폐쇄된 장벽과 관행속에서 길들여져온 은행권과 비은행권을 포함한 범 금융권 문화에 좋든 싫든 거센 돌풍을 몰고올 것이 자명하다. 우리는 외국자본의 제일은행 경영이 어차피 세계화를 통해서만 생존이 가능한 국내 금융계에 자극을 주고, 국내 금융산업 정책 제도와 관행을 선진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문가들이 그동안 수없이 지적했듯이 우리의 금융산업은 국내산업 중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다. 헐어내고 뜯어고쳐야할 것이 한둘이 아니어서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나 기업 등 실물경제와 맞물려 손대기도 가장 어려운 분야인 것이다. IMF 이후 금융계에 퇴출·합병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 경영합리화의 토대가 마련되고, 표피적인 계량지표들도 상당히 좋아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가장 기초적인 토대와 환경의 일부 조건이 개선된 것일 뿐, 수익성 안정성 건전성을 두루 확보한 총체적인 대외경쟁력의 차원에서 보면 아직도 유치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지난 2년간 64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쏟아부어 정부에 의해 강제된 구조개혁이 금융권의 자생적인 경쟁력 확보라는 최종적 지향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무엇보다 그동안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지분이 대폭 늘어나 「금융의 시장화」라는 세계적 조류에 역행하게 된 자가당착의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 은행의 국영화 및 관치금융의 폐해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기 전에 정부는 지분매각 등을 통해 금융기관들을 민간시장에 돌려주는 일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또 재벌 등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현재의 기형적인 구조를 해체하면서, 동시에 금융시장의 진입과 퇴출을 자유롭게함으로써 금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인수·합병 등을 통해 세계화에 살아남을 수 있는 대형화·우량화를 유도하는 슬기로운 정책과 제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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