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들이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는 등 환경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현장. 여당의 한 의원이 공공기관의 「환경 무감각증」을 질타했다.
실제로 공기업과 지자체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최근 3년간 각종 개발·건설사업에 앞서 실시키로 환경부와 약속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이행한 것은 50%에 불과하다. 공공기관 사업의 절반이 환경에 미칠 영향은 아예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민간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이행률이 80%선인 점을 감안하면 공공기관의 환경무감각증은 놀라울 정도다.
웬만한 사람들은 『뉴밀레니엄의 화두는 환경』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 주장의 겉과 속은 마치 야누스와 같다. 소리는 요란하지만 실천은 없고, 그 이면에는 뿌리깊은 악습이 도사리고 있다. 환경을 멍들게 하고 있는 악습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생활주변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미국에 못지않은 자동차 왕국으로 자리잡은 일본의 하루 평균 자동차주행거리는 28㎞정도. 유럽 주요국의 주행거리는 이 보다 짧다. 우리는 어느 정도일까. 자동차 타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의 하루 주행거리는 70㎞를 넘는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자동차 과소비가 저질러지고 있고, 여기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연환경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
「물을 물쓰듯 하는」 버릇도 하루빨리 버려야 할 환경악습이다. 유럽과 미국의 주택 욕실 바닥에는 우리와는 다르게 원천적으로 물을 버리지 못하도록 돼 있다. 수도꼭지가 설치돼 있는 욕조와 세면대 배수구로만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해 물을 아끼려는 물절약 방식이다. 그 결과 영국의 1인당 하루 물사용량은 323ℓ에 불과하고 프랑스는 282ℓ로 이보다 적다. 반면 우리나라의 1인당 하루 물사용량은 무려 409ℓ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수년 내에 물부족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물과소비 악습은 요지부동이다.
본보는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의 의견을 종합, 버려야 할 환경악습 10가지를 선정했다. 10가지 악습을 폐기처분하지 않으면 「뉴 밀레니엄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환경파괴와 오염은 이미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기후변화협약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압력은 갈수록 거세져 환경악습을 버리지 않고는 먹고 살기도 어려운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굿바이20] 2006년엔 '물 부족' 사태
『우리에겐 두가지 길이 있다. 환경을 지키며 가꾸는 희망의 길과 환경을 파괴하면서 문명의 종말을 재촉하는 또 하나의 길이다. 선택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앨 고어 미국부통령이 저서 「위기의 지구(Earth in the Balance)」에서 한 말이다.
우리의 환경은 어느 길을 걷고 있을까. 후자에 더 가깝다. 「선(先) 경제성장, 후(後)환경보존」이 낳은 결과다. 뉴밀레니엄에서 이 방식은 아예 꿈꾸기도 어렵다. 환경파괴는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적인 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환경을 무시한 성장은 국제적 압력에 먼저 부딪혀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버려야할 환경악습은 하나 둘이 아니다. 본보와 환경부는 2000년을 맞으며 폐기해야 할 10가지 환경유산을 선정했다.
가장 해로운 악습은 「환경 무감각증」. 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필수」로 다가왔지만 환경의식은 여전히 유아단계에 머물러 있다. 환경운동연합 최 열(崔 冽)사무총장은 『환경을 부속물 정도로 여기는 악습이 모든 환경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환경 무감각증에서 비롯된 못된 습관은 허다하다. 물은 무한재(無限財)라는 망상이 그 중 하나.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6년에는 4억톤, 2011년에는 20억톤의 물이 부족할 것이다. 섬뜩한 상상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석유 등 에너지의 수입 비중이 97%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낭비와 이에 따른 환경오염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내에서는 「겨울 반팔, 여름 긴팔」로 보내는 악습이 생활 관습으로 굳어져 있다. TV를 보지 않을 때 플러그를 그대로 꽂아 놓음으로써 연간 380억원의 전력제조비용을 낭비하고, 그에 따른 대기오염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 환경보다는 기업이윤이 눈앞을 가리고, 가정에서도 쓰레기와 폐수의 위험성에 대한 무감각증은 치유가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
환경업무와 그 관계자들에 대한 냉담한 시각과 「환경업무는 한직」 「환경기술은 장식품」이라는 인식은 매우 뿌리깊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은 우리의 생사를 결정하는 최대의 전제라는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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