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총리가 19일 합당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배경은 무엇일까. 김총리는 최근 찬·반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합당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만 반복, 「안개정치」를 계속해왔다. 뜨거운 현안에 대해 은유적 화법을 즐겨 써온 김총리가 직설법으로 합당 반대의 뜻을 밝힌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JP 핵심측근들은 『김총리가 11월초부터 합당 반대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남미 순방중에 합당 불가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미 순방중김총리의 결단을 재촉한 요인들로는 서너가지가 거론된다.
자민련 고위 당직자는 『김대통령이 합당 연내 결론 입장을 밝힌 만큼 JP도 입장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국민회의가 무리하게 합당 추진을 시사한 것도 JP를 불쾌하게 만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총리는 양당의 단순 합당에는 반대해 왔지만 DJ의 이미지가 탈색된 여권 신당 창당에는 관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국민회의가 「JP 신당총재론」을 흘리며 접근한 것이 오히려 JP 심기를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자민련의 영남권·충청권 의원들이 합당 반대 서명작업에 들어간 것도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자민련 김현욱(金顯煜)총장과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이 18일 급히 로스앤젤레스로 가서 김총리를 만난 것도 당내 합당 반대기류와 국민회의측의 합당 추진 움직임을 보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총리는 지난 7월 내각제를 연기할 때 일단 합당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김총리는 9월16일 국민회의 「열린 정치 포럼」소속의원들과의 만찬에서 『국가차원에서 생각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로 한달여동안 합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계속했다. 그러던 김총리는 11월4일 춘천에서 열린 신보수대토론회에서 『신보수세력의 결집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내년초 당에 돌아가면 내 소리를 낼 것이다』라고 말해 자민련의 독자노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민련 충청권의 한 당직자는 『JP가 한때 합당을 긍정 검토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11월이후 자민련 신보수대토론회가 관심을 끌고 옷로비 의혹사건 및 서경원(徐敬元)전의원 방북사건 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JP가 독자 총선준비쪽으로 기울어졌다』고 말했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JP는 합당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으로 생각해왔으나 대통령의 의중을 고려, 직접화법으로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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