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용택(千容宅)국정원장의 정치자금 발언 파문이 터지자 국민회의는 17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정권의 도덕성, 더 나아가 16대 총선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국민회의는 『정치자금에 관한 한 야당은 할 말이 없다』며 야당측의 공세를 차단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문제를 일으킨 천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개적으로 표출되지는 않았지만 「즉각적인 책임 추궁을 통한 사태수습론」이 곳곳에서 제기됐고 실제 일부 핵심인사는 천원장의 인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오전에 열린 총재단회의는 일단 『천원장 발언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불법적인 정치자금은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므로 야당의 공세는 얼토당토않다』며 대야 역공에 주력했다.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97년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에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이 삼성으로부터 거액을 받았음은 공지의 사실』이라며 『삼성이 야당에도 좀 배려했다는 천원장 얘기를 한나라당이 이제 와서 문제삼을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의 시작전 이만섭(李萬燮)총재대행은 『천원장의 발언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이야기가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천원장의 「입」을 탓했다. 이대행은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시는 분들이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며 천원장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회의 직후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과 김옥두(金玉斗)총재비서실장 등 동교동계는 국회 원내총무실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한참동안 밀담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한총장은 천원장 인책문제에 대해 『며칠 지켜보자』며 『공개하지 않을 뿐이지 필요하면 당에서 다 건의한다』고 짙은 여운을 남겼다. 한총장은 특히 야당을 겨냥, 『우리도 (야당의 정치자금에 대해) 아는 것이 있지만 말하고 안할 게 따로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이에는 이」로 대응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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