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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콜로세움의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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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콜로세움의 불빛

입력
1999.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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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러 가는 사람들이 폐하께 인사 올립니다』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은 경기장에서 동료들끼리의, 혹은 맹수와의 목숨을 건 싸움에 나가면서 황제에게 이렇게 인사했다고 한다. 영국의 조지프 콘래드가 쓴 소설 「암흑의 핵심」의 한 구절인데, 격투장면은 영화 「쿼바디스」를 통해 우리에게도 낯익다. 검투사들의 칼 부딪치는 소리, 맹수의 으르렁대는 소리와 함께 네로 황제의 목소리가 들려오던 곳이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이다.■한쪽이 허물어진 채 남아 있는 콜로세움은 로마의 대표적인 고건축이다. 아치 형태의 3층 창문과 더불어 조각 처럼 아름다운 이 콜로세움에 지난 12일 금색 불빛이 환하게 비쳤다. 그 앞의 대형 스크린에는 『살려 줘라』는 황제의 메시지가 담긴, 반듯하게 세운 엄지 손가락 모습이 선명했다. 세계 인권운동단체들이 사형제도에 반대하기 위해 펼친 이벤트였다. 콜로세움에는 각국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될 때마다 48시간 동안 불이 환하게 밝혀진다.

■마침 우리 국회에 사형제도 폐지 법안이 상정되어 사회적 논의에 불이 댕겨졌다. 사형제도는 기본적으로 인과응보적 법감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감정은 「아들이 아버지를 때렸다면, 그의 손을 잘라야 한다. 어떤 사람이 귀족의 눈을 멀게했다면, 그의 눈을 멀게해야 한다…」는 바빌로니아 왕의 함무라비 법전에까지 닿는다. 한국일보사와 한솔P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55.1%의 응답자가 사형제도의 유지를, 44.9%가 폐지를 지지했다.

■현재 사형제도를 폐지한 나라는 106개국, 유지하는 나라는 89개국이다. 앞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존속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가 「흉악 범죄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54.3%)이다. 이는 우리가 아직도 「위험사회」속에 살고 있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법의 엄정성에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세계적 흐름은 폐지라는 이상 쪽으로 가고 있다. 한국으로 인해 콜로세움에 다시 불이 환하게 밝혀지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희망한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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