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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밑의 평화 끝내 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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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밑의 평화 끝내 깨는가

입력
1999.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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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과 평화가 넘쳐야 할 세모의 거리에 「겨울투쟁」이 시작됐다. 한국노총은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정부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상정되는데 반대하며 17일 4시간 시한부 총파업을 벌였고, 23일에는 전면파업을 강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한노총의 총파업이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므로 불법이기 때문에 엄정히 대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재계는 의정평가위원회를 설치, 법개정을 저지할 계획이어서 1000년대의 마지막을 긴장 속에 맞고 있다.한노총은 이번 법개정안이 공익위원만으로 개최된 노사정위 본회의에서 채택된데 반대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계속 펼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노동계가 노사 당사자의 불참 속에 개정안이 채택된데 불만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노동계가 수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정안은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면 처벌한다는 현행법의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의 급여를 지급할 의무는 없으나, 노사합의에 의해 급여를 지급할 수는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임자 수는 대통령령을 제정할 때 실사와 노사정위 논의를 거쳐 적정선을 정하도록 했다.

노동계가 개정안에서 꽤 실리를 얻고 있으면서도 강경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힘을 남용하는 것이며 현명한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노조의 정치활동이 허용된 이상 노동계도 투쟁의 관행을 바꿀 때가 됐다고 본다. 대중 시위를 가능한 한 자제해야 간혹 벌이는 시위가 제 값을 인정받게 된다. 당당하게 정치행위를 할 수 있게 된 노조는 이제 폭력시위는 말할 것도 없고, 노조의 상징 처럼 돼 있는 구호가 적힌 붉은 머리띠의 착용도 그만둘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계는 복수노조와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의 대가로 얻어낸 전임자 급여금지 규정을 잃게 됐고,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도 상당히 빛이 바래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IMF 체제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으며, 지난 2년 동안 피해를 덜 당한 쪽은 그나마 노동계가 아니라 기업이었다는 점을 헤아려야 한다. 개정안에서 제시한 대로 조합규모에 합당한 전임자 수를 인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본다. 새 즈믄 해를 앞두고, 정부가 분규 대신 참여와 협력의 분위기가 충만한 「신노사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노사 모두 양보할 것은 과감하게 양보해서 을씨년스런 「겨울투쟁」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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