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속 선로로 환상적인 동영상 제공』 『멀티미디어, 홈쇼핑은 물론 완벽한 재택근무(SOHO)환경 구현』….지난해부터 화려한 광고문구와 함께 시공 붐이 일고 있는 「미래형 정보통신 아파트」의 진실성에 대해 전문가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고있다.
명확한 법적·객관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건설업체가 홍보효과만을 노려 앞다퉈 「미래형」「정보통신형」등 검증되지 않은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2002-3년 완공예정인 이런 아파트 건설업체 상당수는 『광케이블을 이용한 초고속 멀티미디어 환경 구축』이라고 홍보한다.
삼성, 현대, SK, 부영, 쌍용 등 대기업을 포함, 아파트 건설회사 상당수가 「정보통신형 아파트」를 시공중이지만 이 중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광케이블 시설은 대부분 관리사무실의 배전반(MDF)설비까지만 연결돼 있을 뿐, 개별세대에는 「UTP」「CAT 3-5」등으로 불리는 동선(銅線)으로 연결하고 있다.
더욱이 재택근무 환경이나 단지내 화상통신 등 네트워크 기능을 갖추려면 별도의 중앙컴퓨터 통제시스템과 운용인력을 갖추는 게 필수적이지만 이들 시설을 갖춘 곳은 극히 드물다.
S건설 관계자는 『개별세대까지 광케이블을 연결하려면 평당 3만-4만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들고 설치에도 기술적 어려움이 많아 일반 전화선보다는 성능이 우수한 동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H통신 관계자도 『현재 국내 정보통신 환경으로 볼 때 동선의 용량으로도 충분히 멀티미디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데, 개별세대까지 고비용의 광케이블을 까는 것은 마치 「오토바이에 자동차 엔진을 다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선은 이론상 100Mbps의 고속전송이 가능하지만 100㎙이상 거리에선 기술적으로 속도저하가 발생한다』며 『미래형 멀티미디어환경에 대비하려면 세대별 광케이블 설치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또다른 S건설 관계자는 『동선을 사용해 멀티미디어 기능을 활용하려면 셋톱박스 등 별도 장비가 필요하다』며 『마치 입주와 동시에 모든 멀티미디어 기능이 보장되는 듯한 광고는 기술지식이 없는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처사』라고 밝혔다.
시스템 설비업체인 TBI의 이선민(32)실장은 『기술 발전속도로 볼 때 아파트가 완공될 때 쯤 멀티미디어 환경은 현재보다 훨씬 빠른 고용량의 시스템을 요구할 것』이라며 『시공초기에 광케이블과 중앙컴퓨터 시스템 등을 설치하지 않는다면 아파트완공 후 더욱 많은 비용과 주민불편이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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