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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택원장 일단 유임은 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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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택원장 일단 유임은 됐지만...

입력
1999.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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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17일 천용택 국정원장의 보고를 받은 후 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의표명이 없었고, 경질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천원장의 실언에 대해 조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대변인이 『천원장이 경위를 설명하고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전한데서 사실상 천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볼 수 있다.아울러 박대변인은 『대통령이 꾸중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의를 수리하거나 경질을 하지 않았지만, 「꾸중」이라는 설명에 정치적으로는 경질에 가까운 문책이 포함돼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YS정권에서도 대선자금은 결국 공개되지 않은 시한폭탄 아니었느냐』면서 『국정원장이 어떻게 대선자금을 예로 들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와대의 분노와는 달리 천원장의 사의가 수리되지 않은 것은 사태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옷사건, 파업유도사건 등으로 7-8개월이나 곤욕을 치른 지금, 또다시 우발적 실언 파문으로 정국을 어수선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새 천년을 앞두고 국가적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는 당위론, 내년 총선을 대비해야 한다는 현실론에서도 천원장 발언 파장을 가급적 「동결」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나 당의 입장이다. 따라서 천원장은 정치적으로 사실상 파문됐으나 정치현실상 살아남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사의 반려가 천원장의 거취를 확실히 담보할지는 의문시된다. 천원장의 발언중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외에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 미행 건이 있기 때문이다. 천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이 분에 못이겨 자발적으로 미행해 중단시켰다는 취지로 얘기했지만, 국정원 정치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었다. 최소한 미행을 한 직원들에 대한 징계문제라도 제기될 수 있으며 광의의 책임론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도 『법적으로는 천원장의 잘못이 없다 해도 국가정보기관의 책임자로서 상황판단의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점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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