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버드대학의 사무엘 헌팅턴(72)는 16일 체첸전쟁을 「전세계적인 문명간 충돌의 일부」로 규정하고 『미국이 개입하면 러시아와 함께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세계전쟁의 지역전선」이라는 제목으로 뉴욕타임스에 실린 그의 기고문 요약.냉전종식후 종교와 문명의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념대결 대신에 문화적 정체성을 찾기위해 골몰하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특히 다른 문명을 흡수하려는 욕구가 강한 이슬람 문명에서 두드러진다. 때문에 이슬람 문명을 포함하고 있는 다(多)문명, 다(多)종교 국가들은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체첸사태는 모로코에서 인도네시아에 이르는 이슬람권 국경에서 이뤄지고 있는 많은 문명갈등 중 하나다. 역사적으로 볼때 지난 2세기 동안 러시아와 이슬람은 북카프카스를 쟁취하기위해 싸워왔다.
이 전쟁은 화해할 수 없는 「문명의 충돌」이다. 체첸인은 산악지대로 도주할지언정 패배를 인정하진 않을 것이다. 이번 전쟁에서 터키가 체첸반군을 지원하지않는 것은 단지 자국의 소수민족인 쿠르드인을 의식하기때문이다.
이번 전쟁은 특히 러시아의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기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러시아 정치인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다는 이유로 서방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체첸에 대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엄청난 대가를 치뤄야만 체첸에 대한 통치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도 이번 전쟁에 큰 영향을 줄 수 없긴 마찬가지다. 클린턴 대통령이 『체첸 민간인에 대한 야만적 공격이 계속되면 러시아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미국의 신뢰도를 크게 훼손시킨 행위다.
미국이 금융지원 중단을 비롯한 제재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주장은 논리에 맞지않는 바보스런 짓이다.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크게 희생시키지 않고는 러시아를 처벌할 수 없다. 미국이 체첸사태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한다면 미국도 러시아와 함께 패배자가 될 것이다.
정리=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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