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일산, 분당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이웃간 「벽 허물기 운동」이 자생적으로 일어나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 단지들은 지하주차장과 빈 상가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마을 화단조성, 공동 육아(育兒)사업을 벌이는가 하면, 뜨락축제 등을 통해 인간다운 공동체 가꾸기에 정성을 쏟고있다.서울시가 17일 공개한 마을 가꾸기 사례 조사 자료에 따르면 90년대 들어 서울 19곳, 일산 분당등 경기도 18곳등 수도권 37곳과 부산 등 기타지역 3곳 등 모두 40곳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3동 현대아파트는 지난해 6월부터 부녀회가 주축이 돼 쓰지않던 아파트 지하주차장 100여평에 공동 집회실과 도서관, 문화교실을 마련했다. 도서실에는 2,000여권의 책이 비치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또 문화교실에서는 한자 요들송 합창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설치, 무료로 강의하고 있다. 비용은 부녀회가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판 수익금(매달 150만원)과 재활용품 교환등 알뜰시장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부녀회장인 원미희(元美姬·42)씨는 『아파트는 이웃간 교류가 없는 곳이라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마련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주민들간에 정도 깊어지고 마을 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는 이미 92년부터 아파트 지하상가를 차밍디스코와 단전호흡등 문화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이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변모하자 걱정 끝에 내린 조치이다. 노원구 중계 주공아파트 4단지는 올초부터 시민단체인 동북여성 민우회의 지원을 받아 음식을 쓰레기 재활용 운동을 펴고 있다.
또 일산 백마마을 삼성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이 먹거리장터와 재활용품 교환등을 하는 마을 잔치인 뜨락 축제를 열어 주민화합을 꾀하고 있고, 부산 금정구의 선경 3차 아파트와 인근 단지는 93년부터 금샘 사랑방 문화클럽을 창립, 단오잔치와 문학의 밤 등을 개최해 오고 있다.
이밖에 서초구 무지개 아파트는 주민들이 자율방범대를 결성, 단지의 치안을 맡고 있고, 마포구 성산동 시영아파트는 주민들끼리 아이들을 위한 품앗이 과외를 하고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 스스로가 아파트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공동체를 가꾸는 운동은 지방자치의 이념에도 맞고 도시계획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다』며 『이같은 운동이 더욱 확산되도록 사례집을 발간하고, 예산지원이나 법적 뒷받침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