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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박두] '쓰리시즌' 영혼을 울리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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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박두] '쓰리시즌' 영혼을 울리는 사랑

입력
1999.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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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하늘 빛이 서러운」 시인(詩人)과 꽃파는 고아 처녀, 시클로를 운전하는 가난한 남자와 창녀. 참전용사로 베트남 아내와 딸을 버려두고 떠났던 미국인과 지금은 술집 접대부가 된 그의 혼혈딸. 사랑은 이렇게 가장 비천하고 아픔 투성이인 사람들에게서 피어난다.촉망받던 시인 다오 선생(만 쿠옹)은 한센병으로 얼굴이 흉칙하게 일그러지고 손가락을 잃었다. 연꽃이 핀 연못 한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귀신붙은 사원」이라고 말하는 집에 살면서 세상으로 통하는 모든 문을 닫은 그는 시도, 영혼도 잃어버렸다. 그의 연꽃같은 영혼과 시심(詩心)을 일깨우는 사람은 그 연못에서 연꽃을 따다 파는 키엔(누엔 녹 하입)이다. 젊은 시절 세상 속에서 그가 들었던 민요. 아득한 희망과 한없는 삶의 슬픔이 배인 키엔의 노래를 듣는 순간 시인의 가슴은 다시 뜨거워진다.

자본주의의 거센 물결에 자유로울 곳이 이 세상 어디에 있으랴. 자가용과 택시가 거리를 누비고, 고급 호텔이 자본주의의 신기루처럼 들어서 가난한 자들을 유혹하는 베트남. 가난이 지긋긋한 렌(조에 뷔)은 그 유혹에 빠져 몸을 팔아 호텔같은 세상으로 들어가려 발버둥친다. 찢기고 더럽혀지는 그의 영혼과 육체를 택시에 부대끼며 시클로 운전을 하는 가난한 하이(돈 두옹)가 감싸준다. 제임스(하비 키이텔)는 딸을 찾아, 소년 우디는 잃어버린 만물상자를 찾아 헤맨다.

그들은 이렇게 순수와 사랑을 지닌 채 「쓰리 시즌(Three Seasons)」을 지나간다. 그리고 시인은 한 권의 시집을 키엔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렌은 소녀 시절의 순수를 찾아 하이와 함께 퓨옹비나무 아래에 선다. 제임스는 딸에게 눈물로 용서를 빌고, 소년은 만물상자를 찾아 거리에서 만난 고아 소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종이로 만든, 향기까지 나는 연꽃을 외면하고 제임스는 키엔의 연꽃을 산다. 감독은 그들에게서 꽃을 본다. 마음으로 서로의 상처와 짓밟힌 영혼을 씻어주는 그들이야말로 진흙 속의 연꽃이고, 눈물처럼 떨어지는 퓨옹비나무의 붉은 꽃이다.

베트남 출신(두살때 미국으로 이민)의 26세 신예 토니 뷔가 사상 처음 베트남 올 로케로 유려하게 찍은 영화. 그의 데뷔작에 올해 선댄스영화제는 대상, 관객상, 촬영상을 한꺼번에 안겼다. 오락성★★★☆ 예술성★★★★ (★5개 만점,☆은1/2 한국일보 문화부 평가)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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