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신흥공업국 모임인 「G-20」이 16일 독일의 베를린에서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를 갖고 발족했다.이 모임은 주요 국제 금융현안을 비롯,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등과 같은 특정지역의 경제위기 재발방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지난 9월 미국이 주도해 창설됐다.
이번 회의에서 G-20의 운영방향과 성격 등이 규정될 예정이나 최근 논의가 무성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 주요 통화간의 환율 운영, 국제 단기자본의 규제 여부, 경제위기 발생시 은행 등 민간부문의 책임분담 문제 등도 주요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 IMF의 역할 변화 등 관심 의제가 상정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14일 런던에서 IMF의 기능 및 위상을 제고하고 세계은행(IBRD)의 장기정책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IMF가 차관 수혜국을 선별해 지원하고 중장기 차관 대신 단기차관을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금융개입 수준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주장은 미 의회내의 IMF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크리스티앙 소터 프랑스 재무장관은 15일 『G-20은 IMF의 역할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않을 것이며 재무장관회의 자체가 IMF의 역할 변화에 대해 논의할 적당한 장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의견 정리가 쉽지않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환율문제 역시 일본측 관계자는 『이번 베를린 회동에서 엔고를 포함한 환율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 논란이 예상된다.
G-20 멤버는 선진 7개국(G-7)과 한국 중국 인도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터키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11개 주요 신흥시장국, 유럽연합(EU) 의장국 및 IMF IBRD 등이다. 이들 회원국의 경제규모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의 86.7%를 차지한다.
구속력을 갖출 경우 세계 경제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곳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미국 등은 G-20이 G-7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선진국과 여타국간의 경제력 격차가 큰데다 G-7이 상존하고 있어 자칫 선진국의 「여론몰이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세계 인구의 53.7%를 차지하는 11개국의 목소리를 선진 7개국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된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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