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대북정책과 몇가지 신화- 박건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대북정책과 몇가지 신화- 박건영

입력
1999.12.17 00:00
0 0

봉쇄와 억제로부터 공존과 포용으로 대북정책의 기조를 전환한지 2년 남짓 그동안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국민적 지지가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북한을 두려워하는 사람보다 불쌍히 여기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거나, 통일비용을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그런데 제기되는 몇몇 주요 비판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오해와 과장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첫째, 포용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이는 변화를 자의적으로 정의하는 데 기인한다. 북한 불변론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변화의 기준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변화」로서 곧 「북한의 항복」을 의미한다. 북한이 「적화야욕」을 버릴 때야 비로소 변화가 인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분단국이든 자신의 체제로 통일하고자 하는 의지는 멸망할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능하지 않은 것을 변화의 기준으로 삼는 정책은 북진통일이나 북한붕괴촉진에 다름 아니며, 이는 평화공존, 평화통일과는 크게 유리(遊離)된 발상이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의미있는 변화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다. 금강산 개방, 「대한민국 대통령」 호칭 사용, 여행의 자유 등의 인정, 사회주의 헌법 개정후 제한적이나마 개인 소유를 인정하고 기업체의 독립채산제 및 원가·가격·수익성 개념을 도입한 일 등이 그 예이다.

물론 북한의 변화는 중국 베트남에 비해 더디다. 북한이 체제의 폐쇄성으로 인한 내부붕괴 요인 뿐 아니라 남한의 흡수를 우려해야 하는 이중적인 위협구조 하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변화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으며, 남한은 이러한 소극적인 변화에 주목하고 격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그동안의 포용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진전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이는 당국간 대화만을 관계의 진전으로 규정하는 오류에서 기인한다. 남북관계는 당국간 관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남북간의 포괄적인 상호의존의 증대를 뜻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금강산관광사업, 서해공단 개발, 비료 및 식량지원, 다양한 수준에서의 임가공사업의 확장, 그리고 각종 체육 및 예술단 방문 기회 확대 등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남북관계의 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포용정책과 관련, 북한의 대미·대일 관계개선으로 인해 우리가 남북대화와 통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의 협력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미국 일본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자금을 얻을 수는 있다. 그러나 미국, 일본의 기술은 현 북한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며, 본격적인 생산설비의 투입은 현 시점에서 상상키 어렵다. 또한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미국, 일본의 기업들은 남북경협 진행상황을 관망한 후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에야 비로소 북한에 진출할 공산이 크다.

즉 미·일과의 일정한 경제협력도 북한이 대남관계를 개선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특히 북한이 미국 일본 등과의 관계개선으로 체제생존의 절박성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편입되면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완화되고 경제발전에 대한 「희망」으로 군비통제의 문제가 자연히 제기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렇게 되면 문제해결의 상대인 남한과의 대화는 필수적인 것이 된다.

물론 정부는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 늘 열린 자세로 귀 귀울여야한다. 또한 정책에 대한 지지에 안주하여 정책결정자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도그마」에 빠지지 않도록 혁신의 정신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는 우리 사회에 버티고 있는 시대착오적 냉전의식, 그리고 최근의 경제난과 소시민의식에 기인한 이기주의와 패배주의에 곁을 내주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넓은 시계(視界)와 전략적 사고체계에 입각하여 자신감을 가지고 대북 포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박건영·가톨릭대 국제대학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