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지난 여름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이 강희복 전사장의 구속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진형구씨의 개인적 공명심에 의한 일인극으로 결론지은 검찰의 수사결과와 다르게 강희복씨를 구속한 것은 특검팀의 일정한 성과라 생각한다. 특히 노동조합의 정당한 파업행위에 대해 사용자의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죄한 것은 향후 노사관계에 있어서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판단된다. 그것은 노사관계에 있어서 경영자의 경영판단이 불법적이라면 사법처리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검 공안부장의 취중 발언으로 촉발된 이 사건은 검찰수사와 국회청문회 및 특별검사의 수사과정을 거치면서 시종일관 개인적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조폐공사파업은 공권력의 조직적인 개입 흔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는 IMF 경제위기 이후 정부가 공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여 노사간의 마찰을 일으킬 때다. 조폐공사 역시 노사간에 팽팽한 긴장관계가 형성된 와중에 사측이 조폐창 통폐합 시행시기를 아무런 설명없이 당초보다 앞당김으로써 노조의 파업을 불러오고 공권력에 의한 무력개입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강씨와 진씨가 개인의 의욕과 공명심만으로 추진했겠는가 하는 것이다. 당시 정부내에는 검찰과 기획예산처를 비롯한 각 부처의 고위실무자들이 모여 「공안대책협의회」라는 초법적 기구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노동문제는 핵심의제 중 하나였다. 이 과정에서 조폐공사 문제는 당연히 다뤄졌을 것이고 이는 검찰내부의 체계적인 보고서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또한 진형구씨가 스스로 밝혔듯이 검찰 최고책임자에게 보고되었고, 정부 각 부처의 유기적인 협조하에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이번 사건은 강희복씨의 구속기소로만 끝나서는 안되고 국민적 의혹사건으로서 마땅히 그 진실과 책임자를 밝혀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차제에 반쪽짜리 특검법을 개정해서 의혹해소에 한점 부끄러움도 없어야 할 것이다. 백만호·한국노총 정책기획국 차장
■반대
강희복 전 조폐공사사장의 구속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묵묵히 구조조정을 수행하고 있는 경영진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이다. 특별검사의 구속영장청구 이유는 「강 전 사장이 불법적인 직장폐쇄와 파업유도를 통해 조폐공사의 생산업무를 방해한 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검사의 논거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설득력이 없다.
첫째, 강 전 사장이 업무수행을 위해 취한 직장폐쇄가 오히려 회사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조폐공사는 1년에 100일 이상의 분규를 벌이던 사업장이었다. 지난해 9월 초의 직장폐쇄는 노조의 선제파업을 방어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 즉 회사는 쟁의행위로 인한 업무차질, 막대한 경영손실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불가피하게 직장폐쇄 조치를 내렸다.따라서 정당한 직장폐쇄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것은 노동법이 사용자에게 보장하고 있는 직장폐쇄에 대한 권한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것이다.
둘째, 직장폐쇄 철회 후에 노조가 받아들이지 못할 구조조정안을 공격적으로 제시해 재파업을 유도했다는 특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직장폐쇄의 철회를 전후해 인건비 절감방안과 생산성 향상에 의한 경쟁력 확보 방안이 노조의 반대로 무산됨에 따라 회사로서는 대안으로 조폐창의 조기 통합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불가피했다는 점이 이 사건의 실체이다.
설사 강 전사장이 파업 발생을 무릅쓰고 조폐창 통합을 강행해 파업이 일어나 회사 업무가 중단되었다고 해도 그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회사에 손실을 입힌 경영자를 단죄할 수 있는 기관은 이사회밖에 없다. 이러한 사안까지 국가형벌권이 개입하면 노사관계의 자율성은 침해받는다. 사용자가 부당하게 파업을 유도했다하더라도 사용자는 파업기간에 대한 임금지급책임만 있는 것인데 조폐공사의 경우 사용자는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으므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경영상의 정책결정을 이유로 경영자가 처벌받는다면 향후 기업의 구조조정은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김영배·한국경영자 총협회 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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