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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 기자의 영화산책] 무성의 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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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 기자의 영화산책] 무성의 시사회

입력
1999.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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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얘기가 그렇게 없을까. 몇달간 영화 속에 파묻혀 살았고, 자나깨나 한 인물만을 생각하며 지냈을텐데. 인삿말은 고작 『너무 고생했어요』 『예쁘게 봐 주세요』 뿐이다. 말을 아끼는 건지, 아니면 말을 할줄 모르는 건지, 아니면 말하기 싫다는 건지. 한국의 배우와 감독들은 한결같다. 아예 자기 이름만 말하고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영화를 보면 안다』 고 얘기하는 감독도 있다.「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신인들인 김민선 박예진 이영진은 그나마 귀엽다. 경험이 없었으니 정말 고생스러웠을 터이고, 첫 출연이니 관객이 어떻게 평가할까 조마조마한 심정을 『예쁘게 봐주세요』로 표현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석규나 최진실 전도연까지 이런 말을 반복한다. 『정말 열심히 했어요』 는 한석규의 단골 메뉴이고, 『즐겁게 봐 주세요』 는 최진실의 얘기다. 전도연은 「내마음의 풍금」 에서도, 「해피 엔드」 에서도 『너무 고생했다』 는 말만 반복했다.

시사회는 영화가 처음 얼굴을 보여주는 자리. 시사에 앞서 배우와 감독과 제작자가 인사를 하는 것은 얼굴을 보자는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보기 전 그들로 하여금 영화의 키 포인트나 느낌을 「촌철살인」 으로 들어보자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인터넷 마케팅이 중요해진 탓에 네티즌들을 대규모로, 심지어 자리가 없어 통로에 앉고 뒤에 서서 봐야할 만큼 초청하는 시사회는 그러나, 어디서도 그런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첫 인상만 해치는 말만 듣는다. 『이 필름은 완성본이 아니다』 『일본서 작업 중이어서 사운드가 모노이니 감안해서 보라』 『영상이 너무 어두운데 수정작업 중이다. 개봉 때는 나아진다』 「텔미 썸 딩」의 장윤현 감독은 시사회에서 『우리는 그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역시 같은 말을 하게 됐다』며 미안해 했다.

재작년에도 그랬고,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다. 새로운 천년이 와도 항국영화는 늘 마무리가 안 된 필름으로 첫 인사를 하는 무성의를 보이고 배우와 감독들은 『고생했어요』 만 반복할까. 배우와 감독은 뭘 고생했는지, 고생하며 뭘 느꼈는지 말하지 못하고, 필름은 개봉날짜를 거의 정하고 만드는데도 늘 시간이 모자라 옷을 덜 입고 나온다. 『그 모습을 보면 영화가 재미있을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 적어도 시사회나 영화제 시상식에서 『아름다운 밤이예요』 라는 소리는 하지않는 말솜씨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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