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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20] (2) 경제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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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20] (2) 경제분야

입력
1999.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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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정신70년 4월 면사무소 스피커에서 울려퍼진 「잘 살아보세」노래와 함께 초가지붕은 슬레이트로 교체되고 논둑길이 반듯하게 정비됐다. 새마을 운동에 참여한 연인원은 78년 한햇동안에만도 무려 2억7,000만명에 달했다. 「전시행정」「불도저식 개발」의 표본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국민운동의 사례로 평가돼 동남아 등 여러 개발도상국가에 퍼져 나갔다. 「하면 된다」정신이 던져준 전국민적 자신감은 최근까지 이어져 좀처럼 헤어나기 어려울 것 같았던 국제통화기금(IMF)위기를 2년여만에 극복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됐다.

■국채보상운동

품삯을 든 노동자, 소를 판 돈을 가지고 온 농민…. 「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하층민의 행렬로 1907년의 봄은 따스했다. 1,300만원의 부채를 갚기 위해 모든 국민들이 금연하고 20전씩 부담하자는 「국채보상운동」은 일제의 방해와 탄압으로 결국 230만원만을 모금한 채 막을 내렸다.

그로 부터 90여년을 건너 뛴 98년. 환란극복을 위한 「금모으기 운동」에는 전국적으로 351만명이 참여해 모두 225톤의 금(21억3,982만달러)이 모였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운동」이었고 국난초래의 본질을 외면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두 운동이 남긴 진정한 결실은 「하나된 감동」의 나눔이었다.

■수출드라이브

해방 이듬해인 46년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은 350만달러 남짓. 액수도 형편없었지만 오징어, 철광석, 중석 등 수산물과 광산물이 수출품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제3공화국 출범 이후 정부의 강력한 「수출드라이브」정책으로 한국의 수출은 비상(飛上)하기 시작했다. 적자수출과 저임금 구조 정착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60년대 수출실적은 연평균 41%씩 늘어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같았던 100억달러 수출 목표는 77년에 달성됐고 「2,000억달러 수출」도 눈앞에 다가왔다. 21세기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수출 총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높은 저축열

은행을 찾기에는 부족해도 집안에 「빨간 돼지저금통」 한개 쯤 없는 가정은 없었다. 「낭비는 악(惡)」이라는 국민 의식은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민간저축률이 88년에 31.5%에 달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보릿고개 시절 아낙네들이 보여준 「좀도리 정신」도 21세기에 이어가야할 유산으로 꼽힌다. 끼니마다 쌀을 한줌씩 덜어내 항아리에 비축해 뒀다가 십시일반으로 이웃을 도왔다. 이같은 저축정신이 적당한 소비와 균형있게 어우러질때 2000년대 한국경제의 기상도는 「맑음」이다.

■신토불이 정신

구한말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 외세를 막기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을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 행동이었을까.

20세기에도 유사한 논쟁은 이어졌다. 90년대 초반.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과정에서 농산물 수입개방에 반대하는 농민들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시위로 나라가 들썩였다. 「외제담배 불매 운동」 「국산차 타기 운동」 등으로 이어진 민간주도의 일련의 캠페인은 단지 시대착오적 발상에 불과한 것일까.

21세기 한국에 「신토불이 정신」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계승정신이다.

/이영태ytlee@hk.co.kr

■정경유착

한국경제 「만악(萬惡)의 뿌리」인 정경유착은 불과 반세기만에 재벌이라는 괴물과 부패의 독버섯을 키워냈다. 해방직후 적산(敵産) 처리와 원자물자 분배에서부터 싹트기 시작한 정경유착은 박정희(朴正熙)대통령시절 개발독재때 완성됐다. 박대통령시절 정부는 급속한 근대화에 사활을 걸었고, 이를 위해 희소한 국가 자원을 소수의 기업가에 몰아주는 전략을 택했다.

이에 따라 권력자는 사업권 인허가와 특혜금융 등을, 기업가는 거액의 검은 돈을 상납했다.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이 재벌 총수들로부터 2,0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받은 것이 단적인 예다. 정경유착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가로막아 우리 경제를 부실화시켰고, 급기야 IMF라는 미증유의 경제난국을 초래했다.

■재벌체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까지 등재된 「재벌(chaebol)」은 한국 경제의 특산물이다. 재벌은 60~70년대 경제개발을 추진한 정부의 특혜에 힘입어 공룡으로 성장했다. 후발 개도국으로서 압축성장이 필요했고 재벌이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산업구조는 복잡해진데다 국제경쟁이 격화하는 속에서 재벌은 한계를 드러냈다.

황제경영을 앞세운 재벌은 대마불사 믿음에 사로잡혀 문어발식 중복과잉 투자의 가속페달을 밟아댔다. 자본의 5%에도 못미치는 지분으로 재벌총수와 일가는 상호출자, 차입경영으로 전횡을 일삼았다. 황제경영체제 종식은 한국경제의 사활이 걸린 개혁 화두다.

■관치금융

관치(官治) 금융은 정부 수립뒤부터 계속돼온 우리 경제의 고질병이다. 식민통치와 한국전쟁의 폐허속에서 국가건설을 도모했던 우리에게 개발초기 금융시장 조성, 금융기관 형성 등 정부 개입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중화학 공업육성 정책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이 동원되고, 부패정치가 심화하면서 경제혈맥(血脈)인 금융의 모세혈관에까지 간섭하는 관치금융이 체질화했다. 정부가 금리를 규제하고,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을 제한하는가 하면, 은행장 인사와 급여 결정에도 손을 댔다. 금융기관은 자생력없는 부실기관화했고, 경제논리에 따른 돈의 적절한 배분은 기대난망이었다.

■부동산투기

부동산 투기는 「망국병」이다. 경제개발로 급격한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땅값이 오르기 시작하자, 투기조짐이 일었다. 정부는 67년 부동산 투기억제제도를 도입하는 등 거의 10년 주기로 부동산 투기와 싸워야 했다. 70년대말 복부인이 등장했고, 80년대말 투기 광풍은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 부동산투기는 90년대들어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암을 치유하듯 발본색원해야할 과제가 남아있다.

■대일의존

「일본 경제없이 한국 수출 없다」 한국경제는 개항이래 100여년간 일본 경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우리 경제는 일본으로부터 기술과 부품, 자본재를 들여오지 않으면 수출이 어려운 대일 종속의 길을 걸어왔다. 수출을 하면 할수록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늘어나는 무역역조는 갈수록 심해져, 90~99년 10년동안의 대일 누적적자는 1,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국내에서 활동중인 외국기업인들은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우리가 버려야 할 습성으로 「타율(他律)」과 「변화에 대한 거부감」등을 지적했다. 반면 우리가 이어야할 전통으로는 「100년 대계(大計)」 뜨거운 교육열을 들었다.

◆알랭 페니코 BNP파리바은행 서울지점대표 (전 EU상공회의소 소장)

경제분야에서 우선적으로 버려야 할 것을 꼽는다면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맞아야 했던 근본 뿌리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첫번째로 기업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문제다. 2년전만해도 한국기업들은 주주들이 회사의 재무 운영내용을 검증,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절차와 체계가 갖춰져 있지 못했다. 경영진이 제 기능, 제 역할을 하지 못할때 기업이 부실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한국재벌들의 위기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

두번째로 은행들의 자율과 책임문제다. 은행들은 돈을 빌려주면서 정부의 끊임없는 간섭과 정책금융에 휘둘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과도한 부채로 쓰러지는 기업과 함께 은행의 부실이 불가피했고 이런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혈세(血稅)가 투입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셋째로 노조의 탄력적인 선택이다. 기업은 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임금인상에 대한 노조의 타협점 없는 강경 대응은 결과적으로 실업률을 높이며 공멸을 초래한다.

세기가 바뀌더라도 한국의 고도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은 좋은 전통으로 이어야 한다. 교육열은 그 방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의력 개발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노력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가 정신(Entreneurial value)의 승계다. 한국에선 이제 재벌정신이 아닌 중소·벤처 기업들의 육성을 통한 기업가의 참다운 「주인의식」고양이 필요한 시기다.

◆도미니크 바튼 매킨지 서울사무소공동대표

21세기는 공장과 기계, 토지등 유형자산보단 정보와 인재, 브랜드 등 무형자산을 중심으로 하는 지식중심의 세기가 될 것이다. 특히 경제의 글로벌화로 세계 시장의 80%가 개방되고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한국경제는 이같은 환경변화속에서 과거로부터 탈피,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해야 「새로운 시대」에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연공서열 중심의 수직적 조직구조는 창의력를 방해하고 변화속도를 늦춰 급격한 시장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암기위주의 교육방법도 「신(新) 경제」체제에 적응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토론중심의 개방형 교육방식이 활성화해야 한다. 또 한국기업들은 시장개방화 물결속에서 이젠 더 이상 수세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 글로벌 차원의 공격적 의식구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스스로 개방할 필요가 있다. 개방은 곧 자신감이다.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 여성에게도 경영진이 될 수 있도록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은 한국경제 발전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반면 21세기에 한국경제의 위상을 보다 확고히 해 줄 수 있는 우수한 특성은 더욱 육성,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인은 새로운 혁신 기술의 수용에 적응력이 뛰어나며 이를 한 단계 높이는데 가장 적극적이다. 또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력과 기업들의 강력한 사업 추진력은 감탄할 만한 수준이다. 한국인들의 이같은 장점들이 뜨거운 교육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한국인들이 가장 한국적일 때 그 장점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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