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선거보도를 한 언론인에 대해 1년 이내 범위에서 업무정지를 시키기로 한 여야의 선거법 개정 합의는 언론엔 대단한 충격이다. 특히 선거 때면 여야의 치열한 대립때문에 기사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정치부 기자들로선 위기의식을 느끼기에 충분하다.이처럼 언론이 느끼는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큰데도 막상 조항을 만든 여야 의원들은 하나같이 『그게 그렇게 문제가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무사태평이다. 위기의식을 느끼는 언론, 위헌 소지를 제기하는 학계와 시민단체쪽이 오히려 멋쩍을 정도로 입법 당사자들의 인식은 안이하다.
14일 오후 기자가 취재한 국회 정치특위 관계자들의 반응은 가관이었다. 『여당 공동안을 만들었을 때 그런 규정은 없었는데…』『우리가 그렇게 합의했었나. 언론 제재를 실효성있게 하기 위해 개혁입법 차원에서 결정했을 것이다』『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는데 여당이 안을 냈고 취지가 좋아 별다른 이견없이 수용했다』『실무진에서 이같은 안을 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등등.
이들에겐 자신들의 입법권 행사로 당사자인 언론이 얼마나 큰 타격을 입을지는 전혀 안중에 없다. 자신들이 만든 법조항 하나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고 해당 언론인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신중한 고려도 없다. 언론에 공정한 선거보도를 요구할 정치권의 권리 못지않게 언론 보도의 공간 확보도 중요한 헌법 요소임을 인정하는 균형감각도 결여돼 있다. 보도가 나가자 여야 모두 재검토 용의를 밝힌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번 파문은 우리 국회의원들의 법의식이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있다.
신효섭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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